법무부, 다음달 4일까지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현재 9세 남녀가 같이 사망시 여아가 2682만원 더 많이 받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성에 대한 국가배상금 산정 시 예상 군복무 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해 동년배의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지급받을 수밖에 없었던 제도가 개선된다. 뒤늦게나마 불합리한 차별을 없앴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군필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법무부(장관 한동훈)는 지난달 24일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병역의무 대상 남성의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예상 군복무 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모두 산입해 미필 남성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는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미필 남성은 예상 군복무 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한 상태에서 일실이익을 계산한다. '일실이익'은 손해배상청구의 이유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다고 판단되는 이익을 말한다.

이 경우 남성은 징집병의 군복무 기간인 18개월 만큼의 기간 소득을 제외하고 배상금을 지급받게 된다. 동년배 여성은 소득 기간에 제외 사유가 없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배상금을 받는다.

법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역복무기간이 가동 기간에서 제외돼야 하고, 징집에 의한 병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98다3361)에 따라  미필 남성에 대한 손해배상액 산정 시 예상 복무기간을 일실이익 계산에서 배제해 왔다.

만일 동일한 사고로 9세 남녀가 사망한다면 여아의 일실수익은 5억 1334만 원이지만, 육군 기준 18개월의 군복무 기간이 제외되는 남아는 4억 8651만 원으로 여아보다 2682만 원이 적은 금액을 배상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산법(算法)이 군복무를 일종의 페널티처럼 여기게 만든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병역 의무자에게 군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야기하고, 병역의무 없는 사람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결과가 되어 위헌소지가 높다는 취지다.   

한동훈 장관은 "병역 의무를 다하는 것은 동료 시민과 국가에 대한 보상이자 희생으로 존경과 보답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병역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제도를 찾아서 개선하려 한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의 입법예고 소식이 전해지자 의견이 나뉘었다.

서울에 사는 20대 남성 김 모 씨는 "남성이지만 몰랐던 차별이 존재했음을 알게 됐다"며 "남성의 군복무가 정당하게 인정받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도 "군인과 군대에 대한 인식 개선에 한걸음 다가간 것 같다"며 "국가에 대한 헌신이 조금이라도 보답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한 대학생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결국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는 것 아니냐"며 "군 미필 남성에게 혜택을 주면서 오히려 군필 남성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군복무 중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석민(군법무관임용시험 14회) 변호사는 "군복무 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에 넣지 않은게 그동안 법원의 확고한 판례였던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의미가 있다"며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동안 근로가 아닌 학업이라 하더라도 타의에 의해 소모적으로 자기 일을 못하게 되므로 취업 가능 기간에 포함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복무 기간은 남성에게 상당히 힘든 시기로 기억되는 데도 그때 입은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군복무 중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국가배상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보상 절차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병무청 법무관을 지낸 윤병관(사법시험 46회) 변호사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국가배상 사건에서 병역의무자가 군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려는 취지"라며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비춰 봤을 때 이번 개정안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다음달 4일까지다.

/우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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