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견교통권제도 악용 '집사변호사' 문제, 2016년부터 수면위로

"미선임 상태 수회 접견, 방어권 행사목적 아닌 접견권 남용 의심"

"대표 지시에 의한 접견이어도 변호사법 위반사실 정당화 안 돼"

"접견변호사 업무시 중징계 대상…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 소지"

△ 'A 컨설팅'이 잡코리아에 올린 '접견변호사' 채용공고
△ 'A 컨설팅'이 잡코리아에 올린 '접견변호사' 채용공고

최근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견변호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호인 접견 제도를 악용해 심부름이나 말벗 등을 해주며 구치소 등에서 수용자가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집사변호사'를 대놓고 모집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문제의 공고를 올린 업체는 'A 컨설팅'이다. 접견변호사를 채용한다고 내세웠지만, 실제로 변호사가 어떤 업무를 맡게 되는지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지 않다.

대표나 임직원들의 접견을 위한 채용인지, 아니면 다수의 구치소 수용자에게 일종의 ' 접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인지 뚜렷하게 나와있지 않다. 변호사 자격 외에는 어떠한 경력도 요구하지 않지만, '유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우대한다고 기재돼 있다.

해당 업체는 이와 같은 업무를 함께 수행할 직원도 채용 중이다. 민사소송 및 형사소송 보조와 관리 등을 맡긴다고 채용공고에 명시했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대상이 누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변호사가 방어권 행사 목적이 아닌 수용자 편의를 위해 이같은 접견 행위를 할 경우 변호사법 위반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변호사법 제24조는 "변호사는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제42조와 변호사윤리장전 중 윤리규약 제5조에도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정당한 변호인 접견교통권 행사인지 여부는 선임 여부와 접견 횟수 및 접견시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한변협이 발간한 징계사례집에 따르면, △사건의 난이도, 접견의 필요성 및 실제 변호인으로서 활동한 내용에 비추어 접견 횟수가 과도한 경우 △그밖에 사건 유치, 부정물품 전달 등의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비정상적인 접견으로 교정행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등은 접견교통권 남용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이지은(사법시험 42회) 법무법인 건우 변호사는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사의 접견교통권은 소송 준비나 방어권 행사와 실질적으로 관련된 것을 전제하고 있다"며 "구속되어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무를 심부름하거나 접견실에 불러내기 위한 것이거나 단순 안부 교담을 할 목적으로 미선임 상태에서 수회 반복적으로 접견이 이뤄진다면 정당한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접견변호사 업무를 하게 되면)변협 등에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에 회부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며 "A 컨설팅도 송무직원까지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은 '접견변호사'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접견권 남용으로 인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가 징계를 받은 사건 수는 징계결정일 기준 2017년 18건, 2018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이다.

접견을 지시한 대표변호사와 실제로 '접견 서비스'를 제공한 고용변호사 모두 접견권 남용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다. 징계 사례를 살펴보면, 심한 경우 월 평균 접견건수가 772건에 달했으며, 평균 접견시간은 7분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37건의 접견을 하거나 접견시간 0분을 포함한 5분 이내 접견이 수회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미선임 상태로 33명에게 장기간 접견을 하는 등 사례도 나왔다.

일부 고용변호사들은 "업무지시에 따른 접견"이라는 이유로 항변하기도 했으나, 변협 징계위원회는 "변호사법상 품위유지의무는 모든 변호사에게 적용되고 상급자 업무지시라는 이유만으로 그 위반에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 고용변호사는 "접견변호사는 대표 등의 지시를 따르지 않기 어려운 저년차 변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신입 변호사라면 접견 내용과 횟수가 합당한 것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하루에도 수회에 달하는 접견은 변호사로서 양심을 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는 업무라는 걸 깨닫더라도 ‘황제 접견’을 의뢰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을 고려하면 로펌 혹은 회사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상급자 지시에 불응해야 한다는 사실에 압박감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법조계 불황 속에서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잊지 않고 용기를 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필요하다"고 밝혔다.

접견권 남용 이슈가 떠오르자 변협은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김진우 대한변협 윤리이사는 "A 컨설팅은 접견변호사와 송무직원에 대한 채용공고를 올리는 등 소송을 직접 진행할 의도로 채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변호사가 법률사무를 수행하면 변호사법 제109조 등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접견변호사가 채용되어 다른 변호사의 정당한 접견을 방해할 정도로 과도한 접견을 한다면 과거 대법원의 무죄판결(2021도244)과 달리 구치소나 교도소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접견권을 남용하다 보면 진짜 방어권 행사를 위해 접견이 필요한 사람의 접견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채용 단계지만 실제로 '접견변호사'가 나오면 변협 차원에서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이는 다른 변호사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변호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징계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대법원은 변호사 6명을 고용해 개인 업무 등을 지시한 피고인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2021도244).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이 지시한 접견이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경우에 해당할 수는 있겠지만, 그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본보에서는 A 컨설팅에 수차례 전화, 문자, 메일 등을 통해 관련 사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아무런 연락이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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