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헌 결정 10년 만에 첫 공개변론… 심판대상조항 입법 정당성 등 견해 차이 '팽팽'

청구인 측 "40년 지나도 유류분반환, 수증자 재산권제한 '심각'… 위헌성 재검토 필요"

이해관계인 측 "개별 사건에 법률 해석·적용 각기 달라… 불합리한 차별 발생 안해"

△ 헌법재판소는 17일 대심판정에서 유류분제도(2020헌바295 등) 사건에 대한 변론을 열고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인 측의 변론과 양측 참고인의 진술을 들었다(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 헌법재판소는 17일 대심판정에서 유류분제도(2020헌바295 등) 사건에 대한 변론을 열고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인 측의 변론과 양측 참고인의 진술을 들었다(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사망자의 유언과 관계 없이, 배우자와 자녀, 형제자매 등 법적상속인들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해 주는 '유류분 제도'가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17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민법상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소원 공개변론을 열었다(2020헌바295·2021헌바72). 앞서 헌재는 2010년과 2013년에 유류분 제도와 관련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심판 대상 조항은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조항(제1112조 내지 제1116조 및 1118조)이다. 다만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1117조는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헌성의 관점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됐다.


● 청구인 측 "가산 증식 기여 없이 권리만 주장하는 '불효자양성법' 우려"

청구인 측 강인철(사법시험 31회)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유류분 제도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제시한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청산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보장 등이다.

강 변호사는 "현 시대에는 평균 수명 연장으로 성년 자녀가 많이 늘어나면서 부양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다"며 "피상속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사후부양의무를 인정할 근거 역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 공동체를 통해 가산(家産)을 증식하지 않는 산업구조로 변화하기도 했는데 부의 생성에 기여하지 않은 유류분권자들이 (유류분을) 당연한 권리처럼 주장하게 되면 ‘불효자양성법’으로까지 비춰질 여지가 있다"며 "피상속인과 유류분권자 사이에 유대관계가 단절됐다면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는 게 오히려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배우자는 사망 시 재산 분할 청구를 인정하는 다른 법 제도도 충분히 유류분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 환경과 가족상이 현대에 급격히 변화했으므로 위헌성 판단에 대한 선례가 있더라도 현 상황에 비춰 다시 한 번 (헌재)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자료: 청구인 측 발표자료
△ 자료: 청구인 측 발표자료

또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유류분 청구권을 과하게 인정하는 주장도 나왔다.

강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유류분청구권을 직계존속, 형제자매에게도 인정하고 있다"며 "대부분 나라에서는 조부모나 형제자매, 직계존속에 대해서는 유류분권리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는 유류분박탈제도나 공익재단 특례, 증여산입 제한 등 규율이 존재하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유류분 상실제도'와 같은 예외도 없고 유류분 비율도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청구인 측 대리인인 정호영(변호사시험 6회)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유류분제도가 시작된 1979년 1월 1일 이후부터 이뤄진 모든 증여는 유류분산정 기초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며 "증여 시점으로부터 40년이 경과했더라도 증여 당시가 아닌 상속개시 기준으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수증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했다.

이어 "상속회복청구권, 채권자취소권, 회생관련 부인권 등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최소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현상을 보호하는 제도들이 있다"며 "상속이 개시되면 아무런 기간 제한 없이 유류분 반환 상대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증자가 용인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현 교수는 "현재 법제에 따르면 수증자는 아무리 적법유효한 의사의 증명에 기해서 소유권이 취득했더라도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 유류분권자에게 (일부 상속재산을) 반환해야 되는 위험이 있다"며 "피상속인이 살아있었다면 어느 누구도 수증자에게 주장할 수 없던 권리가 피상속인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부활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건의 소유자 조차 타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면 물건과 관계가 단절돼 취득시효 완성 등에 따라 물건을 되찾아올 수가 없다"며 "등기부 취득시효 등과 같이 유류분도 10년 등 일정 기한이 지나면 상속에 대한 기대력을 상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해관계인 측 "저성장, 무한경쟁시대… 젊은 세대에게 최후의 보루"

이해관계인 측에서는 여전히 유류분 제도의 실효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저성장 시대가 초래한 경제 불안정성과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실업률 상승 및 자산 형성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유류분 제도 도입 당시보다 필요성이 커졌다는 취지다.

△ 연령별 비경제활동인구,  KOSIS(자료: 이해관계인 측 발표자료)
△ 연령별 비경제활동인구,  KOSIS(자료: 이해관계인 측 발표자료)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2022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의 비경제활동 인구 통계를 보면, 20세부터 39세까지의 비경제활동 인구 수는 349만 명에서 366만 명 사이로 결코 적지 않다"며 "실업률 또한 2023년 3월 기준, 20세부터 29세까지가 7.1%로, 50세부터 59세까지 1.7%, 60세 이상의 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 세대와 달리 열심히 일한 만큼 자산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부모세대가 만든 재산이 젊은 세대에게는 최후의 보루일 수도 있으니 법적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유류분 제도를 유지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 상황이 달라졌더라도 헌법적 가치는 여전히 지켜져야 하며 (위헌 여부는)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며 "가족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상속인의 경제적 생존권을 유지하는 등 목적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사망자의 처분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그 중 일부에 대해서는 공평하게 분배하도록 함으로써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 가족 간 유대를 유지시키며, 상속에 관한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재산상속을 둘러싼 폭행이나 살인 등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유류분 제도를 부인하면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지므로 이러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상속인의 의사, 상속인의 부양 및 기여 정도에 관계없이 상속 편의를 봐준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해관계인 측은 "예외적인 사례는 법률 해석을 통한 유류분 제한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모두 유류분반환청구에서 피상속인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등을 감안하여, 유류분 산정 시 기초 재산에 대한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상속인에게 어느 정도의 유류분을 상속할지 법원이 개별 사건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을 찾아오고 있다"며 "이러한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의한다면, 유류분 제도로 인하여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류분 제도는 5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국민들의 생활에 반영되면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타당성을 찾아갈 방법이 존재한다"며 "유류분 제도는 그 입법의 목적이 정당하고, 그 목적 달성의 이름, 적합하고, 유효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서종희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증가는 유류분 반환을 통해 생활 구조를 원하는 자들의 의지로 볼 수 있고 재산분재를 유류분 제도를 전제로 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며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은 많은 사건들에서 유류분 제도가 가지고 있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정 당시 입법자들도 사회가 변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류분 제도를 도입한 데는 명확한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유류분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는 건 비약이며, 유류분제도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민법) 개정 등 중용의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유류분 사건 증가 추세… 법무부, '상속권 상실 제도 신설' 등 개선 추진 중

유류분 사건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법원에서는 2010년에 452건, 2020년에는 1511건으로 늘었다. 현재 헌재에도 유류분 위헌 소송이 약 40여 건 접수돼 있다.

유류분 관련 사건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청구인과 이해관계인 측 의견이 갈렸다. 

청구인 측은 "유류분제도는 가족의 연대에서 시작했지만 사실상 가족의 연대를 침해하는 역설적 측면이 있다"며 "당사자들도 소송 과정에서 더 많은 증여나 특별수익이 발견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혼 후 전혼 자녀들에게 증여했던 부분까지도 모두 유류분 특별수익에 포함해서 계산을 하기도 한다"며 "이렇게 과도하게 특별수익을 인정하는 게 소송 증가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이해관계인 측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그 원인 중 하나는 유언으로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비중이 예년에 비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법적상속대로만 상속이 이뤄지면 유류분청구가 일어날 일이 없는데 피상속인이 생전 증여를 하거나 유언으로 상속비율을 다르게 하는 등의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상속재산 배분에 불합리한 부분이 발생했을 때 유류분제도는 갈등에 대한 충분한 완충 장치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2021년 유류분제도 개선을 위해 유류분권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고, 상속권 상실제도를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국회에서 현재 계류 중이다.

이해관계인 측은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공동체를 정의하는 개념이 많이 달라져 연구용역을 진행했다"며 "현행 유류분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되지만 예전보다 형제자매가 재산 형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약하고 생존권을 보호해줘야 할 필요성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과가 나와 논의를 거쳐 유류분권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상속인에게까지 재산 상속을 인정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역시 문제가 지적돼 왔다"며 "부양의무 위반이나 학대 등을 저지르는 경우에는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도 2021년 제출해서 국회 논의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입법 논의를 거쳐 제도가 도입되면 유류분을 포함한 모든 상속권에 대해 청구를 하거나 법원이 상실 청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사건 기록과 변론 내용 등을 토대로 유류분 제도의 존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낼 예정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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