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프로토콜 더한 스테이블 코인에 '열광'… 99% 이상 가치 하락 '충격'

권 대표, 몬테네그로서 위조여권 사용하다 체포… 한미, 범죄인 인도 청구

한미 검찰, 증권 판단… 법원서 '증권성' 판가름 "리플 소송결과 영향 예상"

송환국 결정, 피의자 국적 등 고려… "한국 송환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

2022년 5월,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99% 폭락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쓰던 중 체포됐다. 법조계에서는 권 대표의 송환 국가와 처벌 방향에 대한 법적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 ‘스테이블 코인’ 대폭락 후 도피 택한 ‘권도형 처벌’ 놓고 한미 줄다리기

테라·루나는 2019년부터 발행된 코인이다. 테라는 달러와 일대일 가치를 갖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으로, 테라 가치가 떨어지면 자매코인 루나를 매도해서 테라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테라의 가치를 유지했다.

2021년 3월부터는 테라를 예치하면 약 20% 수익을 돌려주는 앵커프로토콜(ANC)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2022년 5월 테라 유통량은 190억 테라 정도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22년 5월 대규모 테라 인출로 1테라가 1달러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디페깅(depegging)’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일이 몇 차례 반복되자 '패닉셀링(Panic selling; 공포에 의한 투매)’이 이어지면서 결국 테라·루나의 가치는 일주일간 99% 이상 떨어졌다.

△ 2022년 5월 4일부터 5월 14일까지의 '테라' 차트(자료: 코인마켓캡)
△ 2022년 5월 4일부터 5월 14일까지의 '테라' 차트(자료: 코인마켓캡)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폭락 사태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 출국 후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두바이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서 코스타리카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공항에서 붙잡혔다.

권 대표는 우선 몬테네그로에서 위조문서 소지 혐의 재판, 범죄인 인도 심리 등을 마쳐야 한다. 불법 입국 사실이 드러나면 이에 대한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현재 권 대표는 피의자 신문을 거쳐 최대 30일간 구금 예정이다. 권 대표의 현지 변호인은 절차를 밟아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장기전’을 예고했다. 권 대표의 변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현재 구금 연장 결정에 대해서도 항고한 상황이며, 한국어 통역 미제공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검찰이 권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는 증권사기·배임 등 5개, 미국 뉴욕 검찰은 금융사기·시세 조작·상품 사기·증권 사기 등 총 8개다. 한미 양국 모두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상태다.

싱가포르 경찰도 가상화폐 사기 혐의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범죄인 인도 청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자본시장법상 피해 클수록 가중처벌”… 테라·루나 ‘증권성’ 논란

권 대표에 대한 혐의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해당 여부다. 이는 테라루나의 ‘증권성’에 따라 그 해당 여부가 갈린다.

우리나라 검찰은 권 대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국내에서 아직 가상화폐에 대한 증권성을 인정한 사례가 없어 법원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법원은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립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증권성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 또한 테라·루나를 '무등록증권'으로 판단하고, 증권 사기 등 혐의로 권 대표를 기소했다. 수사를 통해 테라·루나 사태 1년 전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코인 시세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테라·루나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 권오훈 변호사
△ 권오훈 변호사

권오훈(변호사시험 1회)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는 "테라·루나 가상자산 자체만으로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테라·루나가 제공한 스테이킹 서비스가 투자계약에 해당한다면 증권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테라·루나가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증권신고서 미제출로 권 대표가 과징금 및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면서도 "미국법상으로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한국법상으로는 관련 규정 적용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액 산정은 쉽지 않아서 보상도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정현진 변호사
△ 정현진 변호사

정현진(변시 4회) 법무법인 안팍 변호사는 "지금까지 가상화폐의 증권성에 대하여 명확한 판결례나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금융위원회가 2월 6일 제시한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참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기준을 대입하면 발행인인 테라폼랩스 및 권 대표는 테라·루나 매입자에게 테라생태계 구축, 차이페이 또는 앵커 프로토콜 등 사업의 성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귀속시키는 경우로서 '토큰 증권'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테라(UST) 자체는 지급결제나 교환매개로 활용하기 위해 가치 유지 목적으로 발행됐고 테라폼랩스 측이 매수자들에게 테라의 상환(법정화폐로 전환) 자체를 명시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토큰 증권'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지은 변호사
△ 이지은 변호사

이지은(사법시험 42회)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변호사는 "미국 대법원의 증권성 판단 방법인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우리나라에서도 증권성 판단에 적용하는 등 미국 규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며 "가상자산은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어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기준을 정하면 이에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증권은 무등록증권’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 법원에서 확정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법원이 SEC의 판단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우리 규제당국의 입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2월 6일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업운영에 대한 지분권을 갖거나 사업의 운영성과에 따른 배당권 또는 잔여재산에 대한 분배청구권을 갖게 되는 경우 △발행인이 투자자에게 사업성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귀속시키는 경우 등은 '토큰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발행인이 없거나 투자자의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자가 없는 경우 △지급결제 또는 교환매개로 활용하기 위해 안정적인 가치유지를 목적으로 발행되고 상환을 약속하지 않은 경우 △실물 자산에 대한 공유권만을 표시한 경우로서 공유목적물의 가격·가치상승을 위한 발행인의 역할·기여에 대한 약속이 없는 경우는 '토큰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한편 4월 중으로 예상되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랩스 간 소송 결과도 주목되고 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가상자산 증권성을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SEC는 테라·루나와 같이 리플을 ‘미등록증권’으로 보고 2020년 12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권도형, 어느 나라로?… “미국, 8개 혐의중 2개 범죄만으로도 90년형 선고가능”

한국과 미국이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면서 권 대표가 어느 나라로 가게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미국이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발표했다. 범죄인 인도 우선권은 △피의자 국적 △범죄의 중요성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몬테네그로 현지 외신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한 발 늦게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밝혔으나, 우리나라 법무부는 한국이 24일, 미국이 25일 청구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시병)이 발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는 2018년 579명, 2019년 927명, 2020년 943명, 2021년 953명, 2022년 8월까지 379명이다. 총 3781명 중 국내 송환이 이뤄진 범죄자는 1583명(41.86%)에 불과했다(상단 표).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에서 진행된 권 대표의 송환 국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31일 기준 “미국으로 인도돼야 한다”가 68%(102표)로 가장 우세했다. 국내 송환에 동의하는 피해자는 15.3%(23명)에 불과했으며,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피해자는 16.7%(25명)였다.

△ 서상윤 변호사
△ 서상윤 변호사

미국 워싱턴DC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서상윤(변시 2회) 변호사는 "범죄인 인도조약 측면에서 본다면 몬테네그로와 해당 조약을 기 체결한 한국이 유리해 보인다"면서도 "케이스 측면에서 미국은 몬테네그로와 별도 양자 협상을 통해서 그동안 범죄인을 계속 인도받아 왔고 현재에도 코로나 대출 사기범 인도 요청 건 등 여러 사안으로 협력 채널을 유지하고 있기에 한국이 조약만을 근거로 권도형 대표 송환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 사건은 미국에서도 상당수 피해자가 발생해 바이든 대통령 경제보고서에 올라갈 정도의 정치적 현안인 반면 한국은 입법 미비 등으로 사기 외 혐의 특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범죄인을 인도하는 이유는 범죄인 심판을 가장 적절하게 행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자는 것이므로 이 점만 보면 한국 송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에서 재판이 이뤄진다면 형량은 소송비용(변호사 비용)에 반비례하고 미국 연방형사소송절차상 유죄협상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에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미국에도 연방양형위원회가 있으며 43단계 중 31단계에 해당할 경우 최소 징역 108년에서 시작하고 종신형 바로 아래인 42단계의 경우 360년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 김원근 변호사
△ 김원근 변호사

미국 버지니아·메릴랜드·워싱턴 D.C. 변호사 자격을 갖고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원근(사시 30회) 변호사는 "여러 죄명으로 기소됐을 때 우리나라는 모든 범죄를 통합해서 선고하고(concurrent), 미국은 죄명별로 각 병과하는(consecutive sentence) 게 가장 큰 차이"라며 "미국의 경우 증권사기(securities fraud)로는 25년형, 유선 사기(wire fraud) 20년형만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45년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 가지 범죄만 놓고 봤을 때 만약 유죄 답변(guilty plea)으로 종결된다면 초범인 경우 20년 실형에 집행유예 25년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며 "추가 혐의에 따라 형량은 당연히 이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암호화폐는 금융상품(Derivatives)으로 분류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으므로 형사처벌을 면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며 "증권사기와 유선사기만으로도 피해자가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최종형 선고 시 형량을 더블업(double up)해서 90년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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