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위장탈당 인지… 실질적 토론기회 부여 안 해"

"검수완박법 통과 유효… 위헌·위법 시정은 국회에 맡겨야"

"법무부 장관 청구인 적격성, 검사 권한 침해 가능성 없어"

국민의힘 "의회민주주의 퇴보시키는 헌재판결, 심히 유감"

민주당 "국회 입법권과 검찰개혁 입법 취지 존중한 결정"

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은 내용과 절차 면에서 위헌 요소가 있지만, 입법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23일 법무부장관과 대검 공판송무부장. 일선청 검사들이 국회를 상대로 권한침해 및 그 행위의 무효 확인을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하고(2022헌라4),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이뤄진 국회 법사위원장의 가결 선포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2022헌라2). 

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범죄 및 경제범죄 등으로 축소하고,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무부장관 등은 내용상으로 "헌법 및 법률에 의해 부여된 검사의 수사·소추권 및 법무부장관이 관장하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한다"며 검수완박법 입법이 모두 무효라고 주장하고, 절차적으로는 당시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에서 '위장탈당'한 후 비교섭단체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해 법안을 가결시켰으므로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법사위원장 가결선포행위는 '권리 침해'… "입법은 유효"

이날 헌재는 법안 입법과정에서의 국회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했다(2022헌라2). 

지난해 4월 27일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은 제395회 국회(임시회) 제4차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대안)을 법제사법위원회 법률안으로 각 가결선포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민형배 위원은 법사위에서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돼 조정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민주당을 탈당했다"며 "법사위 위원장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검수완박법 입법이 민주당 당론에 따라 신속 추진되도록 민형배 위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임을 추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사위원장은 위와 같이 회의 주재자로서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해당 위원회 활동의 일부인 조정위원회에 관하여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둔 것"이라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심사보고나 실질적인 토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조정안 그대로 개정법률안 가결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정 절차 밖에서 국회의원 간 정치적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합의의내용은 공개되어야 하며 국회법 소정의 절차를 따르는 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며 "소수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국회법상 마지막 기회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와 실질적 토론의 기회를 보장하는 다수결 원칙도 위반했다"고 인용의견을 냈다.

이미선 재판관도 "조정위원회 조정안 의결에는 국회법 제57조의2 제4항 및 제6항, 제57조의2 제10항, 제57조 제8항 및 제58조 제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고,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절차에는 국회법 제58조 제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은 조정위원 선임 당시 무소속인 위원을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이라며 "국회법에서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위법한 선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의견을 냈다.

또 "청구인들은 법사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자유롭게 출석하여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았다"며 "법사위 위원장은 그 동안의 법안심사 과정,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대표의원 합의, 당시 회의장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표결절차에 나아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법안 통과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권한 침해만을 확인하고, 권한 침해로 인하여 야기된 위헌‧위법 상태의 시정은 피청구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합당하다"는 취지다.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기각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의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고 하여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다"며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돼 무제한토론이 종결됐으므로, 무제한토론권한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에서 청구인들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더라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된 이상 법사위에서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법무장관의 권한쟁의심판청구 각하… 법조계 "개선 필요성 있어"

또 이날 헌재는 법무부장관과 검사들이 낸 권한침해확인청구와 법률개정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를 각하했다.

심판대상은 국회가 지난해 5월 9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행위가 법무부장관 및 검사들의 권한 침해 여부 및 무효 여부였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법무부장관에 대해 "소관 사무에 관하여 부령을 발할 수 있고 정부조직법상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지만 법률개정행위가 이와 같은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며 법무부장관의 청구인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에 대해서는 "법률개정행위가 검사의 헌법상 권한인 영장신청권을 제한하지 않고, 국회의 입법행위로 그 내용과 범위가 형성된 검사의 법률상 권한인 수사권·소추권이 법률개정행위로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권한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검사는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며,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의 내용은 검사의 수사권 및 소추권의 범위를 축소하고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와 관련하여 국회가 통제를 가하는 것"이라며 "절차 및 내용 모두에 있어 청구인들 중 검사들의 헌법상 소추권 및 수사권과 법무부장관의 검사에 관한 관장 사무에 대한 권한을 각각 침해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또 이선애 재판관은 "헌법상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절차와 내용 모두에 있어 헌법상 한계를 일탈하여 국가기관 상호간 협력과 통제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사 출신의 신병재(사법시험 44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중도적인 입장에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법사위에서는 권한 침해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민형배 의원의 탈당 관련해서는 위법성이 확인된 점은 향후 있을 입법권 행사에는 긍정적"이라며 "이와 관련된 법안 제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간 권한쟁의심판은 쟁송 대상 해당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항상 있었는데 이제 권한쟁의심판 자체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사법 전문인 천주현(사시 48회) 변호사는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당하거나 그럴 개연성이 생긴 고소인 자격을 가진 사람이 법규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다면 각하는 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그렇더라도 목적, 수단, 방법이 적정하다고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므로 결국은 입법정책상 문제"라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권한쟁의심판에서 법률을 무효로 한 사례는 없어서 이번에도 무효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면서도 "검찰 수사권 축소는 실무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만큼 개선 필요성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재판을 통해 다투기보다는 결국은 입법을 통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법사위 패싱권' 인정한 꼴" vs. "검찰개혁 취지 고려한 것"

헌재 심판 후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검찰청 등에서 모두 헌재 심판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3일 곧바로 논평을 내고,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에서 소수당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지만, 법안 통과 자체는 무효는 아니라고 한 일부 인용 결정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이 떠오르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헌재가 오늘 결정으로 169석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에 국회법이 정한 법사위 심의표결권을 무시해도 된다는 ‘법사위 패싱권’을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헌재가 민주당의 '검수완박' 의회 폭거에 면죄부를 줬다"며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토론과 합의가 우선돼야 할 ‘의회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임위에서 위헌적 의결을 했는데, 어찌 본회의 의결이 합헌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회의장은 회기 쪼개기, 무제한 토론 제한 등 반헌법적 행위를 직접 자행함으로써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강조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무효로 확인했는데도 효력을 무효화하지 않은 배경이 있거나 잘못된 논리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검찰청은 즉시 입장문을 내고 "국회 입법행위 절차에 위헌·위법성이 있음을 확인해 준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 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해 5대 4로 각하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검수완박이 유효하다는 헌재 결정에 공감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재는 국회를 통과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며 "헌법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기관 개혁은 시대의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반복된 검찰의 선택적, 자의적 수사는 국민 불안을 만들어냈다"며 "민주당은 이번 헌재 판단을 계기로 권력기관 개혁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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