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연수 줄고 이직 변동 잦아... 업무공백 호소도

사무원들 "경직된 문화에 적은 보수, 리스크는 커"

자기계발 기회 제공·전반적 처우 개선 필요성 높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법률사무원들의 잦은 퇴사와 이직으로 업무공백과 구인난을 호소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법률사무원은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에서 근무하면서 변호사를 도와 △사건 관련 정보 수집 △소송문건 제출 △선고 청취 △기록 열람·복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뜻한다. 

업무 패턴 변화로 로펌에서 근무하는 사무원들의 근속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이직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변호사들이 적절한 후임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변호사 업계에서는 "좋은 직원 찾기가 좋은 변호사 찾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면 사무원들은 법조계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와 체계적인 업무매뉴얼 부재, 박한 급여 등을 이유로 "업무 만족도가 높지 않다"며 변호사 사무실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원 근속연수 줄고 이직 잦아... "갑작스런 퇴사로 업무공백 겪기도"   

법률사무원은 △학원과 연계된 특별채용 △취업정보 홈페이지 내 개별공고 △로펌 홈페이지 공고 등을 통해 업계에 입문한다.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 법률사무소의 경우 학원 강의나 지방변호사회의 사무직원 양성교육 등을 통해 1~2달간의 짧은 교육을 받고 곧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채용 절차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어서 대부분 서류전형과 면접 두 단계를 거쳐 선발된다.

다만 교육을 받더라도 전력화에 시간에 소요되고, 전임자가 인수인계 없이 급작스럽게 퇴사하는 사례도 많아 뜻하지 않는 업무공백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중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요즘에는 변호사 3명당 직원 1명 수준으로 두는 등 사무원들을 많이 뽑지 않으려는 추세"라며 "법률사무원 급여 수준이 낮고 업무도 정적인 편이어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생각하고 입사하는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듯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삶에서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보니 이사나 결혼 등 작은 변동만 생겨도 쉽게 그만 두는 경향이 있다"며 "얼마 전에도 한 직원이 이사를 가게 됐다면서 2일만 더 다니고 그만 둔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애초에 지원자도 많지 않은데 지원자 대부분이 법률사무 관련 경험이 전무한 편"이라며 "이력과 관계 없이 채용해서 열심히 업무를 가르쳐도 '업무가 반복적이라 지루하고, 본인이 일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하다'며 퇴사하는 직원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새로 직원을 뽑는 절차도 번거롭고 업무를 가르치는 데 드는 시간도 오래 걸려 채용 후에도 직원들이 이탈하지 않을까 계속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몇 년 전에는 3년간 일했던 직원이 다음날부터 나오지 않겠다고 통보한 적이 있다"며 "후임자에 대한 인수인계 등 퇴사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회사를 나가버려 한동안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사무원 채용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변호사들도 늘어났다. 

한 청년 개업변호사는 "직원을 두게 될 경우 인건비 등 고정비가 늘어 부담이 된다"며 "사건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스케줄과 소송 관리를 하고 있는데, 어느정도 자리를 잡기 전에는 별도로 직원을 채용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경직된 조직 문화에 답답함 호소하는 직원들… 업무 리스크 높아 '부담'

△ 구인구직 사이트에 등록된 법률사무원 채용공고
△ 구인구직 사이트에 등록된 법률사무원 채용공고

작은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대표변호사는 "(채용 시)아무래도 20대 직원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젊은 직원이 컴퓨터에 익숙해 전자소송 업무에 더 유리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업무지시를 하기 더 편하다"고 했다.

이처럼 젊은 직원을 채용하려는 로펌들이 많지만, 20대 직원 퇴사율은 40~50대 직원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30대를 아우르는 MZ 세대의 특징이 '개인의 성장 추구'이다 보니, 젊은 직원들은 성장 한계가 뚜렷한 사무원의 커리어 발전 가능성에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주로 변호사를 보조하는 업무만 수행하므로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험을 쌓기 힘들어 경력 계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법조계 전반에 깔린 경직된 조직 문화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법률사무원들도 있었다. 변호사와 법률사무원 간 상하 관계가 뚜렷할 뿐 아니라, 법률사무원 사이에서도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형로펌을 퇴사한 한 직원은 "재직 당시에도 변호사와 일반 직원 간 보이지 않는 '계급'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직원들 사이에 형성된 위계질서도 강해 외부에선 전 직장을 군대 같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무원은 "송무팀이라 외근도 많고 힘든데, 귀찮은 일은 모두 후배에게 떠넘기고 유튜브를 보며 명령만 하는 선배도 있다"며 "정당한 요구를 해도 'MZ세대'의 당돌한 의견으로 치부되는 게 가끔은 억울하다"라고 털어놨다.

입사 후 제대로 된 직무 교육이나 인수인계 과정이 없다는 점도 발길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규모가 영세한 법무법인 등에서는 참고할 만한 업무매뉴얼이 아예 없어, 실무를 처리하면서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다는 고충이 있다. 

나아가 업무 특성상 순간의 실수가 의뢰인의 신체와 재산에 큰 피해를 안겨줄 수 있어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일정 수준 이상의 법률 지식을 갖추어야 하고 불변기간 준수 등 실무적으로도 예의주시해야 할 사항이 많아 업무 피로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 사무원은 "직원의 실수로 문건 제출에 문제가 있거나 공탁서와 같은 중요서류가 분실되고 기일 일정 누락으로 쌍불(쌍방불출석) 처리되는 경우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며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몰라 하루 종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사무원들의 고충"이라고 강조했다.

때때로 법률사무원이 악성 의뢰인을 응대해야 하는 업무까지 맡아 과도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중견로펌의 한 사무원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사무실에 찾아와 따지는 건 양반이고, 수감된 의뢰인이 출소하면 가스통 들고 찾아오겠다는 편지를 계속 보내 무섭다"며 "작년 대구 법률사무소 화재만 봐도 직원들이 얼마나 신변의 위협에 노출돼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태프 직원의 경쟁력이 곧 로펌의 경쟁력... 전반적 자질 강화에 방점 둬야"

△ 작년 6월 대구변회 4층 대회의실에서 대구변회 부설 소송실무연수원 제29기 수료식이 진행되는 모습
△ 작년 6월 대구변회 4층 대회의실에서 대구변회 부설 소송실무연수원 제29기 수료식이 진행되는 모습

법률사무원의 퇴사와 구인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기개발 기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서울·대전·대구·광주변회 등 여러 지방변호사회에서는 법률사무원 연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런 연수는 단순 사무직원 교육을 넘어 법률사무원 간 친목을 다지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場)으로 활용된다. 또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취업 후에도 연수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퇴사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인재 풀(pool)을 다양화하는 방식도 사무원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적인 방편으로 거론된다. 최근 '서초50플러스센터'는 법률사무원으로 새로운 경력개발을 하고 싶은 만 45~67세 서초구민을 모집해 '서리풀 리걸 서포터즈'로 선발했다. 이들에게는 2023년 5월부터 지정 법무법인 등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일부 로펌에서는 어학비나 직무교육비를 지원해 직원들의 자기 계발에 힘을 쏟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대표변호사 강석훈)의 경우 재직자를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 다양한 원데이클래스 개최 등 여러가지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법무법인 세종(대표변호사 오종한)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계특별휴가와 사내 안마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한 원로변호사는 "법률사무원은 기록 열람·복사 업무로 지방 출장 갈 일이 많아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보인다"며 "변호사도 법률사무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스태프 직원들의 경쟁력이 곧 로펌의 경쟁력"이라며 "우수한 변호사들만으로는 로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으며, 함께 근무하는 사무원들의 전반적인 자질 향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인영·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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