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종결 후 한참 뒤 이의신청하기도… "법적안정성 해쳐"

"언제까지 사건 묵혀둬야 하나"… 변호사·경찰, 볼멘 목소리

"법원 재정신청처럼 이의신청 기간 명시하는 것이 합리적"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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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최근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를 냈다. 상대방과 현장에서 합의해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후 상대방은 A씨를 갑작스레 뺑소니로 고소했다. 다행히 블랙박스 녹화 영상이 남아있어 경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났지만, A씨는 언제 또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에 제한이 없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높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게 되면 사건은 1차적으로 종결된다. 만약 고소인이 이에 불복할 경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고, 경찰은 지체 없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다만 고소인이 아닌 고발인은 이의신청권이 없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을 명시한 조문이 없다. 이론상으로는 불송치 결정 후 언제든지 이의신청이 가능한 셈이다. 따라서 사건 종결 후 수년이 지나고도 고소인이 '불시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피고소인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가 무기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사건이 끝난 후 한참 뒤에 피고소인을 압박하거나 '해코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고소인 측이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을 악용할 우려도 있다. 

김원용(사법시험 57회) 법무법인 심안 대표변호사는 "이의신청 기간을 명시해 피의자가 법률상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고나 법원에의 재정신청처럼 기한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2월 발표한 '개정 형사제도 시행 1년 검찰업무 분석'에 따르면 2021년에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 수는 2만 5048건이다. 이 중 2021년까지 처리된 2만 2990건 중 기소된 건은 528건(2.3%)에 불과했다.

실제 이의신청이 기소로 이어지는 사건은 2% 안팎으로 미미한데도, 한참 전에 종결된 사건이 별다른 이유없이 재차 수면 위로 올라올 경우 수사의 비효율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담당 수사관도 여러차례 교체되는 데다, 검사의 보강수사도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형사변호인과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사건을 언제까지 묵혀두고 있어야 하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찰대 출신인 윤형동(변호사시험 10회) 캡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경찰 입장에서는 이의신청 기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사건의 진정한 종결이 언제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부담이 있다"며 "특히 경찰은 매년 정기적으로 인사발령이 있어,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과도하게 늦게 할 경우 담당 수사관이 바뀌어 사건 처리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이창현(사시 29회)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의신청 기간에 제한이 없는 것은 입법의 불비"라며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대한 항고 기간은 불기소 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이므로, 이의신청 기간도 30일 정도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허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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