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의 서울대 로스쿨 교수
이봉의 서울대 로스쿨 교수

Ⅰ. 들어가는 글

대법원은 2021년 한 해 동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관하여 모두 6건의 판결을 내렸다. 금지행위 유형별로 구분하면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금지 1건,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3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2건이며, 이하에서는 법조문 순서에 따라 주요 판결을 분석한다.

 

 

“경쟁사업자 배제하는 ‘이윤압착’은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

 

“농수산물유통법상 표준하역비 도입은 경쟁제한행위 아냐”

Ⅱ.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으로서의 이윤압착 (대법원 2021.6.30. 선고 2018두37960 판결)

(1)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급망의 연쇄를 따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생산 단계에서 모두 사업을 영위하는 수직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하류시장 사업자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원재료나 투입 요소 등을 공급함과 동시에 하류시장에서 원재료 등을 기초로 상품 또는 용역을 생산ㆍ판매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이윤압착’이 문제될 수 있다. 이윤압착이란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류시장 원재료 등의 판매가격과 하류시장의 완제품 판매가격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이윤압착을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 보아 규제하는 경우 상류시장 원재료 등에 관한 투자 유인이나 혁신 동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그러나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여 이윤압착행위를 함으로써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면, 그러한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성과에 기초를 둔 이른바 ‘성과경쟁’이라는 정당한 경쟁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하류시장에서 완제품의 소매가격을 낮추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이윤압착행위가 ‘부당하게 상품 또는 용역을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여 경쟁자를 배제할 우려가 있는 거래’로 평가될 수 있다면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 동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가 금지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보아 규제할 필요가 있다.

이때, 통상거래가격은 ‘약탈적 가격설정’ 뿐만 아니라 ‘이윤압착’ 등과 같이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과 관련된 배제남용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 개념이다. (중략) 통상거래가격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구체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중략)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적 특징이나 구체적인 모습, 관련 시장의 구조, 가격 결정방법과 변화 추이, 공급 또는 구입의 수량과 기간, 해당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과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방법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설정한 특정 공급이나 구입의 대가가 공정거래법상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거나 높은 수준으로서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지를 증명하면 된다.

이윤압착을 수단으로 한 지위 남용행위에 부당성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행위자가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어야 하고, 하류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지 여부, 각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의 정도, 상류시장의 원재료 등의 특성과 그 원재료 등이 하류시장에서 판매하는 완제품의 생산ㆍ공급ㆍ판매에 필수적인 요소이거나 원재료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 정도, 원재료 등과 완제품의 기능적 연관성과 비교가능성, 대체가능성, 두 시장의 신규나 재진입에 관한 법률적ㆍ제도적 또는 사실적ㆍ경제적 진입 장벽의 존재와 정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경쟁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상대적 규모의 차이, 관련 공법적 규제의 내용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중략) 원칙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설정한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차이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비용을 기초로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경쟁사업자의 비용을 바탕으로 이윤압착의 정도를 검토해 보아야 하고, 나아가 행위가 지속된 기간, 해당 거래의 대상이 되는 완제품의 특성, 해당 거래의 규모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거래 당시의 구체적인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해당 가격으로 거래할 경우 하류시장 경쟁사업자로서는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워 유력한 현실적 또는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이나 확대의 기회가 봉쇄되거나 봉쇄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와 그 정도, 하류시장에서 경쟁사업자의 비용이 증대되는 등으로 경쟁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와 그 정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적 지위가 강화되는지 여부와 그 정도, 그로 인하여 장기적으로 소비자 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2) 당해 사건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이윤압착행위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윤압착의 개념에 관해 설시하면서, 수직 통합된 시장지배적 사업자,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차이를 줄이는 행위, 그리고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의 배제라는 핵심 요소를 짚고 있으며, 이는 일견 타당하다. 먼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수직 통합 여부는 이윤압착행위를 포착함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인데, 상류시장과 하류시장의 가격 차이를 조정할 수 있는 힘 내지 지위가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윤압착은 약탈적 가격행위와의 관계에 있어 개념상 혼란이 있지만 후자가 원가 내지 평균가변비용 이하의 가격책정을 전제로 하는 반면, 이윤압착은 상류시장과 하류시장에서의 ‘인위적인 가격차이두기’를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구별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이윤압착 행위가 성과경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정거래법의 규제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향후 성과경쟁의 개념과 의미를 구체화하는 데에 동 판결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당해 사안에서는 소매시장가격에 해당하는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이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지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이 도매시장인 전송서비스 시장의 구입비용보다는 상회할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구입비용보다 낮게 책정된 가격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통상거래가격이 문언상으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판단기준인 것은 분명하나 남용판단에 있어 본질적인 부분은 ‘통상거래가격 이하’인지 여부이고, 이것을 논리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면 공정위의 판단을 틀렸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거래가격이 도구적 개념이라는 점을 밝힌 판시 부분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포스코 판결이 정립한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의 부당성 법리를 그대로 설시한 뒤, 이윤압착행위의 부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당해 사안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의 행위가 부당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의 판단에는 무엇보다 원고가 소매가격을 낮춤으로써 소매가격과 도매가격의 차이를 음수(-)로 하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소매가격과 도매가격의 차이가 양수(+)이지만 그 크기가 충분치 못하여 경쟁사업자가 배제될 수 있는 사안 또는 도매가격을 높임으로써 이윤의 크기를 줄이는 사안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 아직 불분명하다. 한편, 대법원의 판시사항에는 동등 효율 경쟁자 기준, 경쟁제한 효과와 소비자 후생 증대효과 간 형량 등이 언급되어 있으므로 향후 이윤압착 집행 사례에서 관련한 법리적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부당한 공동행위로서의 위탁수수료 결정 (대법원 2021.12.31. 선고 2020두34797)

(1)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 여기서 합의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증명되는 경우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어떠한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게 되므로 원칙적으로 부당하다. 다만 그 공동행위가 법령에 근거한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적합하게 이루어진 경우라든지 경제 전반의 효율성 증대로 인하여 친경쟁적 효과가 매우 큰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 대법원이 문제삼은 이 사건 합의는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을 원고 등이 출하자들로부터 징수할 전체 위탁수수료로 하기로 공동으로 결정한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설령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 등 사이에서 별도의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 내용 자체로 기존의 위탁수수료율인 ‘거래금액의 4%’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 등 사이에서 종전과 같은 위탁수수료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묵시적인 의사합치를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대법원은 ‘거래금액의 4%’를 유지한다는 내용에 대해서 상호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상 ‘가격을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합의 당시 관계 법령상 도매시장법인인 원고 등은 가장 기본적인 경쟁요소인 위탁수수료 최고한도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위탁수수료를 결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위탁수수료율 관련 공동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도매시장법인인 원고 등 사이의 가격 경쟁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킨 것이 분명하므로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대법원은 당해 공동행위가 농수산유통물법상 표준하역비 제도와 관련한 농립축산식품부 및 서울시관리공사의 지침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고,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으로 도매시장법인에 위탁수수료 인상의 유인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으로서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고, 경쟁제한적 가격 담합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를 능가하는 경제적 효율성 증진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이 사건 합의는 출하자의 하역비 부담 감소 및 하역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표준하역비 제도의 연착륙에 기여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3) 당해 사건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를 인정하였지만 부당성을 부정하였던 2009년의 화물 운송료 판결과 일견 유사하지만 소비자 후생 감소, 정부의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 취지와의 괴리 등을 들어 부당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요건 중 경쟁제한성과 부당성을 구분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은 확립된 법리이므로 이를 각각 판단한 대법원의 태도는 일견 타당하다. 결국 대법원은 농수산물유통법상 표준하역비라는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자들의 경쟁제한적인 공동행위를 부당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고, 제도의 취지, 관련 지침의 내용,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경제적 효율성 증진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경쟁제한적 효과와 비교 형량하여 판단해야 함을 보인 것이다.

 

“경쟁제한 행위가 아닌 정부 정책·입법 관련 사업자단체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 자제할 필요 있어”

 

Ⅳ.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일과 처분시효 (대법원 2021.1.14. 선고 2019두59639 판결)

(1) 공정거래법상 처분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되어야 비로소 진행하기 시작하고,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경우의 처분시효를 정한 제49조 제4항 제1호가 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 조사를 개시하였더라도 조사 개시일을 기준으로 종료되지 아니하고 그 후에도 계속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조사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행해진 법 위반행위 부분은 아직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조사의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에 조사개시 시점 이후 종료된 부당한 공동행위 전체에 대해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 제재처분의 권한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분시효의 취지 및 성질에 비추어 보아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을 처분시효의 기산점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하여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가 적용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 전후에 걸쳐 계속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종료된 경우에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일’을 처분시효의 기산점인 ‘조사 개시일’로 보아야 하고, 그 처분시효의 기간은 위 조항에서 정한 5년이 된다.

(2) 동 판결은 공정위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 조사를 개시하였지만 조사 개시일을 기준으로 공동행위가 종료되지 아니하고 그 후에도 계속된 경우, 처분시효의 기산점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관해 대법원이 내린 첫 판결이다. 공정거래법은 법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시효를 정하고 있는데, 특히 공정위가 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의 기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사안과 같이 공정위의 조사개시 시점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일보다 앞선 경우, 종료일로부터 진행되는 처분시효의 원칙적 법리와 조사개시일 개념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할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행해진 법 위반행위 부분은 조사의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과 처분시효의 취지 및 성질 등에 비추어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을 법적 조사개시일로 보아 처분시효를 산정하여야 한다는 해석론을 제시한 것으로서 일견 타당하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또한 2021년 4월에 부당한 공동행위의 조사 개시일 규정을 신설하여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Ⅴ. 사업자단체의 공동행위 및 구성사업자 제한행위 금지(대법원 2021.9.9. 선고 2016두36345 판결, 대법원 2021.9.15. 선고 2018두41822 판결)

(1)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는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같은 법 제19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행위를 할 것을 결정하고, 사업자단체 구성원 간에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됨으로써 성립한다. 어떤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는 당해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원래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단체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의 제한을 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다고 할 것이나, 그 결의가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있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대법원은 2021년 9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관한 판시를 연달아 내렸는데,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된 사건(이하 ‘의사협회 사건’)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문제된 사건(이하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사건’)에서에서 각각 다른 결론을 내렸다. 두 사건 모두 사업자단체가 정부의 의료서비스 정책에 반대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행위에 관한 것이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는 차이가 있다. 특히 구성사업자 사업활동 제한과 관련하여 의사협회의 경우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휴업을 실시하면서도 휴업 참여에 관해서는 구성사업자들의 자율에 맡기 반면,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경우 정책참여를 신청한 병원에 대한 신청취소 요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공용 인터넷사이트 제한, 연수강좌 금지 등의 징계방침을 정하였다는 점이 상이하다.

먼저 대법원은 의사협회 판결에서 이 사건 휴업이 구성사업자들을 대표하여 정부의 의료정책과 관련하여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교섭하는 과정에서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한 점, 휴업은 단 하루 동안만 진행되었고, 실제 휴업 참여율또한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점,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기관은 휴업에서 제외되었고, 휴업의 기간, 참여율,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의 대체가능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다는 점, 달리 의료서비스의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에 영향을 미쳐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법 제26조 제1항 제1호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였다. 다음으로 법 제26조 제1항 제3호와 관하여, 의사협회는 구성사업자들의 투표를 거쳐 이 사건 휴업을 결의하기는 하였지만 그 구체적인 실행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휴업의 실행에 있어 구성사업자들인 의사들의 휴업 여부 판단에 간섭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원심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에 반하여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판결에서 소아청소년의사협회의 제한행위는 그 주된 목적이나 의도가 사업자단체인 원고가 상호 경쟁 관계에 있는 원고의 구성사업자로 하여금 야간ㆍ휴일 진료서비스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직접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야간ㆍ휴일 진료서비스의 공급에 관한 경쟁의 확대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원심으로 파기환송하였다. 무엇보다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에 대한 자체 징계 권한을 보유하면서 구성사업자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제한이나 명단공개 등의 불이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구성사업자에 대하여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며, 정부 사업 등에 반대하는 단체의 방침이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서 구성사업자들에게 권유하거나 권고하는 것을 벗어나 사업의 참여신청을 직접 철회하도록 요구하거나, 구성사업자들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사업 참여 여부에 관한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쳐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사실상 강요함으로써 그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구성사업자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두 사건 중 특히 대한의사협회 사건은 전국 전문의들의 집단휴업결의에 관한 것이어서 언뜻 보기에는 200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유사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해서는 여러 법리적 쟁점들이 제기될 수 있지만, 지면의 한계로 여기서는 공정거래법을 둘러싼 법과 정책 내지 법과 정치의 관계에 관해 간략히 언급하기로 한다. 종래 공정위는 한편으로는 사안에 따라 ‘경쟁제한성’을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물연대 파업,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파업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정부 정책에 관한 의사표시에 선별적으로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법원의 대한의사협회 판결은 사업자단체의 결의가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입법이나 정부정책에 대한 집단적 의사표시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의 전반적인 법집행에 있어서 그 의미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이봉의 서울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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