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주택법 4일 시행...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준도 상향

대형건설사 "대비책 마련"… 중소업체는 초반 어려움 예상

"기준 미달해도 재시공 어려워"... 추가개정 요구 목소리도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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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구 아파트에 사는 A씨는 매일 새벽 윗집에서 술판을 벌여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람들이 쿵쾅거리는 소리와 가구를 끄는 소리, 심할 때는 고성방가도 들린다. 계속 경찰도 부르고 경비실을 통해 항의를 해봐도 그 때뿐이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뭐가 시끄럽다는 거냐'고 화를 내기 일쑤다. 

#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에서 살던 B씨는 윗집에서 하루종일 가구를 끄는 소리와 망치질 하는 소리가 들려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관리실에 연락을 취했지만, 윗집이 인터폰 연락을 받지 않아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업이었지만 업무에도 집중할 수 없어 사무실도 따로 구했다. 결국 B씨는 층간소음에 견디다 못해 전세기간이 끝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층간소음'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소음차단 성능검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4일부터 시행되는 '사후확인제'는 아파트 시공 후에 층간소음 차단 여부를 검사하고, 차음(遮音) 기준도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사전인정제는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공인기관으로부터 평가받고, 해당 구조에 따라 설계·시공하는 제도다. 하지만 실제 공간이 아닌 시험체를 통해 검사를 받는데다, 주로 바닥자재에 집중하고 있어 정확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9년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전인정제도로 검증 받은 아파트 191채 중 96%(184채)가 인정 등급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60%(114채)는 최소 성능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건설사들은 시험체에 마감재를 덧씌워 검증을 통과하는 등 '꼼수'를 부리다 들통나 제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개정 주택법 시행으로 사후확인제가 도입되면서 사용승인 전 시험체가 아닌 실제 아파트 공간에서 층간소음이 측정된다. 샘플 세대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작위로 선정된다. 사전인정제도도 그대로 유지된다.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준도 대폭 강화됐다.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경량충격음'은 58dB(데시벨)에서 49dB로,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중량충격음'도 50dB에서 49dB로 조정됐다.

만약 검사 결과가 성능검사기준에 미달되면, 사용검사권자가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사업주체는 10일 이내 조치계획서 제출하고, 사용검사권자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시공업체에서는 이미 연구소에서 기존 방식보다 바닥충격음 성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몇 년 전부터 대비해 왔다"며 "대부분 관련 기술 개발을 이미 완료했거나 개발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마다 개발한 바닥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은 아니지만 세대 당 100~300만 원 정도는 시공비가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법 개정 이전에 승인받은 사업은 기존 제도를 고수할 수 있지만 조합 등의 성향에 따라 기존 제도를 고수할지 개정 법에 따라 시공방법을 수정할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은 시공사들은 직접 새로운 바닥구조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완충제 제작 업체에 의뢰하거나 대형 시공사가 개발한 방안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개정 주택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전인정제도에 비해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축사는 "사후확인제가 층간소음의 원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라멘구조나 무량판 구조 등 소음차단에 유리한 구조방식을 채택할 경우,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추가 개정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검사기준 미달시 손해배상과 보완시공을 권고하는 효력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부종식 변호사
부종식 변호사

부종식(사시 47회)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는 △사용승인 검사기준에 미달할 경우 사용승인 연기가 아닌 건설사가 보완시공 및 손해배상을 '권고' 받는데 그쳐 실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점 △개정 주택법 시행령에 손해배상 관련 구체적 기준이 없는 점 △사후평가가 전체 아파트 물량의 2% 정도 샘플만 대상으로 해 그 대상이 너무 적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부 변호사는 또 "최저소음기준인 49db는 건설사 시공기준이므로 추후 층간소음분쟁에서 당사자가 수인해야 하는 소음 기준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우중 변호사
김우중 변호사

김우중(변시 5회)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바닥충격음 데시벨 기준이 강화된 것은 유의미한 변화"라면서도 "시공된 주택이 성능기준에 미달하면 통상적으로 보완시공을 권고할 것이 예상되므로, 시공사는 이미 시공된 바닥 마루를 전부 철거하고 보완재를 추가하는 등 철거 및 재시공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성능기준에 미달하는 정도가 경미하다면, 금전적 손해배상 권고가 보다 손쉽게 가능하도록 주택법 하위법령에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실무 운용에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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