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2일 불송치 이유 구체적 통지·사건조회기능 등 '변호사 통지시스템 개선' 발표

킥스 내 '사건조회기능' 신설했다지만…"공인인증서 등록 추가로 필요해 불편은 여전"

불송치 이유 기재도 담당 수사관마다 천차만별… "일관되고 통일적인 지침 마련 필요"

경찰 단계 '수사지연' 해결 시급한데… "대책 마련 아직 없어 변호인 조력권 침해 여전"

서울 용산에 있는 경찰청사 

경찰이 불송치 결정 이유를 구체적으로 통지하지 않아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경찰이 제도 개선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소인 등에게 불송치 결정 이유를 구체적으로 통지하도록 지침을 개선하고, 변호사가 사건 처리 상황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해 고소인 등의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발표에 대해 일선 변호사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우선 경찰이 고소인 등의 권리 구제를 위해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경찰이 "개선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없으며, 가장 시급한 '수사지연' 문제 해결은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 통지 시스템 개선… '불송치 이유 구체적 적시' '킥스 사건조회기능 신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본부장 남구준)가 고소인 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개선하거나 혹은 개선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경찰은 고소인 등이 불송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업무시스템을 바꾸고, 현장 지침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2021년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한 경우에는 고소인 등에게 그 취지와 이유를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소인 등은 수사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초기 일부 수사관들이 불송치 이유를 지나치게 간략하게 통지해 당사자가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수사관에 따라 통지서 내용에도 편차가 크다는 지적도 우후죽순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수사 결과 통지서에 불송치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실무 지침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수사결과보고서 △불송치 결정서 △수사결과 통지서 등 3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던 종전 불송치 결정 서류작성 절차가 △수사결과보고서 △불송치결정서 및 수사결과 통지서 등 2단계로 축소됐다. 아울러 불송치 취지 및 이유가 기대된 결정서를 고소인 등에게 그대로 통지하도록 했다. 다만 개인정보나 수사기법, 공범의 증거인멸·도주를 쉽게 할 우려가 있는 사항 등은 비공개 처리하도록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러한 변화에 맞춰 경찰도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불송치 결정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고소인 등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보장하고 개선된 제도가 수사 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고소인 등이 법률대리인(변호사)을 통해 고소를 진행하는 경우 이들이 충분한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과 지침을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법률대리인(변호사)의 '불송치 결정 통지서' 열람 및 복사 지침을 마련하고 일선 현장에 통지 관련 사항을 재차 강조해, 현재는 불송치 결정 후 검찰 송부 기간에 변호사 등이 불송치 결정서 등을 열람·복사 신청하는 경우 경찰이 불송치 결정 통지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와 같은 통지 관련 개선 방안이 정착할 수 있도록 현장 점검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보완할 예정"이라며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의 책임수사 원칙에 따라 앞으로도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등 국민 중심의 수사를 정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일선 변호사들 "제도 개선 체감 못 해", "수사지연 문제 해결이 시급"

이같은 변화에도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개선했다는 내용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수사지연'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민호(변시 3회) 변호사는 "'경찰사건조회'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로그인 하는 방식에 더해 공인인증서 등록이나 지문로그인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해 '검찰사건조회' 보다 조회하는 절차가 까다롭다"며 "경찰이 킥스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하는데 어떤 점을 개선한 것인지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송치 결정 통지서 내용을 구체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담당 수사관마다 천차만별"이라며 "어떤 수사관은 불송치 이유를 상세히 적는 반면 어떤 수사관은 요지만 적는 경우도 많아 현장의 업무 플로우를 일원화·통일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10월 '형사사법포털'에 신설된 '경찰사건조회' 기능(자료=경찰청).
△ 지난해 10월 '형사사법포털'에 신설된 '경찰사건조회' 기능(자료=경찰청).

천주현(사시 48회) 변호사는 "과거에는 검찰사건만 조회가 가능했는데 킥스에서 경찰사건을 조회할 수 있도록 '사건과의 관계'에 '변호사'가 추가된 것은 분명 개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가 킥스에서 경찰사건을 조회하려면 킥스와 별도로 경찰 전산에 변호사의 정보가 등록돼야만 킥스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사건조회를 할 수 있는 구조"며 "고소장 접수 후 경찰이 전산에 변호사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킥스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사건을 볼 수 없고, 실무상 경찰 단계에서 경찰 전산에 경찰이 변호사의 정보를 등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정보를 경찰이 등록해주지 않으면 의뢰인에게만 사건 진행경과에 대한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며 "고소장 접수와 동시에 변호사 정보를 경찰 전산에 등록한다면, 변호사 입장에서는 실제 사건처리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변호사들은 '수사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지난 4월 6일~17일 총 12일 간 전국 변호사 회원을 대상으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5%인 849명의 변호사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가 지연되거나 연기된 사례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수사지연 빈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782명의 변호사가 응답했는데, 고소 건수 대비 '50%이상'이라는 답변이 21%(168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이상(112명)'과 '20%이상(103명)' 순이었다. 수사 종결시까지 걸린 기간은 '1년 내'라고 응답한 변호사가 44.1%(849명 중 374명)로  가장 많았다.  

경찰의 수사지연과 사건 적체의 원인에 대해서는 총 1133명의 변호사 중 72.5%가 '경찰의 수사역량 부족'을 꼽았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경찰 단계에서 변호를 맡아보면 경찰들이 일이 많다며 수사 보고서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범죄일람표 등을 정리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관련 판례를 정리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건 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알겠지만 변호사 입장에서는 경찰들이 할 일을 변호사에게 떠넘긴다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경찰의 업무가 과중해서 그런지 고소사건의 처리 결과가 1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인 등 변호사들이 여전히 경찰 수사단계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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