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 인터뷰

설립 66주년 맞은 한국법학원, 이달부터 '용산시대' 개막

"변호사들이 권력에 순종해선 안 돼... 헌법적 사명 실천을"

"국회 입법권도 헌법이념과 적법 절차에 맞게 사용되어야"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이 19일 법조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이 19일 법조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변리사는 변리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합니다. 변호사가 되려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해 기본 6법을 비롯한 법학을 체계적으로 다 배웁니다. 이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실무수습을 한 뒤 민사소송 대리를 하게 됩니다. 만일 소송 대리권을 부여 받기 위해서는 로스쿨에서 체계적인 법률 교육을 받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19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국법학원 사무실에서 만난 이기수(77) 한국법학원 원장은 최근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자격 부여에는 원칙과 기준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변리사법 개정안에는 소정의 소송실무 과정을 이수하면 변리사도 민사소송인 특허 침해소송에서 공동 소송대리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특허변호사(Patent Lawyer)가 특허 사건에서 소송 대리권을 갖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중에서 추가적으로 특허 관련 공부를 더 한 사람들이에요. 이처럼 저는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한 사람에게 자격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관점에서 소송대리권 부여는 '로스쿨에서 법학 교육을 받았느냐'가 기준이 되겠지요."

법조인과 법학자를 모두 아우르는 국내 최대 법률가 단체다. 회원은 3만 3천여명에 달한다. 1956년 국내 법무역량을 집결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설립됐다. 짝수년도마다 '한국법률가대회'를 주최하며, 격월마다 학술지 '저스티스'를 발간한다. 이기수 원장은 지난 1월 28일 제16대 한국법학원 원장에 취임했다. 제15대 원장은 권오곤 전 ICC당사국총회 의장, 제14대 원장은 김용담 전 대법관이었다.

"91~94년 4년간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을 지냈는데, 당시에는 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한국법학원 연구이사를 맡았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한국법학원 원장이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2019년 한국법학원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는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됐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법학원이 처음 설립될 당시 목표로 삼았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고, 제가 한번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취임 100일을 막 지난 그에게 원무(院務)를 맡은 소회와 그간의 성과를 물었다. 이 원장은 가장 먼저 '소통 강화'를 언급했다. 현재 법학원에는 6명의 연구원과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법학원 지원 예산이 점차 줄어들고, 역할과 위상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외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활로를 적극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대외적인 네트워킹과 소통 강화를 위해 노력했던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취임 후 대법원장, 헌재소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협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법조 기관장을 비롯해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까지 방문을 했습니다. 법학원이 앞으로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외적인 확장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것이 '국민 속의 한국법학원'입니다. 또 학술지 발행에 그치지 않고 기금이 마련되면 학계와 실무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해 학술 교류의 장을 확대하고 싶습니다."

그 사이 법학원 사무실도 새 둥지를 마련했다. 한국법학원은 이달 1일 서초동 건설기계회관 건물에서 용산구 법원행정처 등기기록정비사업소 건물 2층으로 일터를 옮겼다. 예산 절감과 독립공간 확보를 위해서다. 이 원장은 "대통령실보다 법학원이 한발 앞서 '용산 시대'를 열었다"며 "독립된 일터에서 제대로된 일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학계에서는 법조인 양성제도가 사법시험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로 바뀐 뒤,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고사 위기를 겪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독일 등 법률선진국으로 가는 해외 유학생 수가 급감하고, 일반대학원에 진학하는 전업 연구생도 줄어들면서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첫 학자 출신 법학원장으로서 그는 "이제는 모든 법조인이 실무가이자 학자가 되어야 괴리를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자와 실무가의 역할이 완전히 구분되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법조인은 모두가 탁월한 실무가이자 학자가 되어야 합니다. 저도 끊임없이 주변을 향해서 공부하는 판사, 공부하는 검사, 공부하는 변호사가 되라고 강조합니다. 과거와 같이 고정된 '학문 트랙'에 의존하지 말고 실무가들이 학회에 더 많이 가입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등 학계에 깊숙이 들어와야 합니다. 학문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법률가대회를 개최하는 법학원과 법학교수들의 역할도 분명 크다고 봅니다."

국내 법조 현안과 변호사업계를 향한 충언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이 원장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헌법적인 틀 안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하며, 힘의 남용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현재 국회와 여러 입법 상황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 활동도 헌법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헌법 이념을 벗어나는 법률을 제·개정하면 당연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사를 해서 무효화시킬 수 있어요. 법률 제·개정권한이 있어도 언제나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통과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내용과 절차에서 비합리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2026년 한국법학원 설립 7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세계법률가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이 원장은 특별히 "변호사들이 권력에 순종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과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사명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행복추구권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입니다. 민주(民主)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이고, 공화(共和)는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잘산다는 의미입니다. 변호사들은 물론 직업적으로 의뢰인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국민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고 자기의 직분에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합니다. 그것이 법조인,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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