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오는 7월 '피해자 국선변호사 평가제' 실시 방침

성실도, 피해자 권익보호 노력 등 평가… '퇴출 제도' 마련

"과도한 잣대에 떠나는 국선 많아질 것" 일선 변호사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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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오는 7월부터 피해자 국선변호사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퇴출도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공익을 위해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피해자를 변호하는 국선변호사에게 과도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과 함께 '변론권 침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17일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오는 7월부터 '피해자 국선변호사 평가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반기마다 사건 담당 검사로부터 △의견서 제출 △형사절차 참여 성실도 △피해자 권익 보호를 위한 노력 등의 항목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국선변호사 지정권이 있는 검사장은 검사가 작성한 평가서를 참고해 매년 국선변호사 명부 작성에 활용한다. 반기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와 각 지검·지청에 통보되고, 국선 명단에서도 제외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2012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피해자를 법적으로 조력할 수 있도록 처음 도입됐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지금은 대상 범죄의 범위를 넓혀 성폭력·아동학대 범죄 피해자를 위해 경찰조사 시 동석해 충분한 진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공판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밝히거나 피해자의 증언을 도와주는 등 사건 발생 초기부터 수사, 재판까지 전 과정에서 법률적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군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사건 초기 피해자와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는 등 부실 변론을 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같은 평가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무부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일부 국선변호사의 불성실한 국선변호 서비스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만 제기가 있었고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평가제도를 도입했다"며 "일부 불성실·부적격 국선변호사로 인해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성실히 활동 중인 대다수 국선변호사들이 오해받는 일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선변호사를 비롯한 일선 변호사들은 "과도한 잣대"라고 불 "이미 지난번 보수개정으로 인해 피해자 국선을 그만 둔 변호사가 속출하고 있는데, (검사에 의한) 평가까지 한다면 이러한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보수체계를 변경하고 '피해자 국선변호사 기본업무-기본 보수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 대면상담과 의견서 제출, 조사 참여 등의 기본 업무수행을 강제하고 이를 모든 마친 경우에만 기본 보수를 지급한다. 국선변호사가 야간 및 휴일에 업무를 할 경우 수당의 50%를 가산하는 규정도 폐지했다. 

보수는 수사단계에서 대면상담과 고소장이나 의견서 등의 서면작성 1회, 피해자 조사참여 1회를 모두 마칠 경우 40만원을, 공판단계에서 의견서 1회, 증인신문 1회 참여를 마칠 경우 20만원을, 기타 절차를 수행할 경우 10만원을 지급한다. 

법무부가 이같은 보수체계 변경을 발표하자 당시 국선변호사들은 "기본업무를 강제하고 그것을 충족할 경우에만 보수를 준다는 것은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자유로운 변론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적은 보수에도 희생을 감수하는 국선변호사들에게 정부가 앞장서서 '열정페이'를 강요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지난 2월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를 보완 개정하고 야간·휴일 수당 등 노력에 상응한 보수가 추가로 지급될 수 있도록 했지만 올해 60여명의 비전담 국선변호사가 국선 활동을 그만두기도 했다. 

△ 법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개정표
△ 법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개정표

한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평가제도 도입으로 또다시 많은 국선변호사가 국선 변호 현장을 떠난다면 그 손해는 결국 형사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평가의 주체가 검사라면 국선변호사들이 피해자가 아닌 자신들의 평가와 보수를 결정하는 담당 검사를 더 신경쓰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변호사도 "국선변호사의 보수 정상화 등의 문제는 뒤로 한 채 규제만 강화해 국선변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부 불성실한 국선변호사들에 대한 문제가 그 동안 제기되어 왔기 때문에 이를 시정할 방안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법무부의 평가 지표가 다소 추상적일 수 있어, 국선변호사를 명단에서 제외시킬 정도의 제재를 가하려면 보다 객관적이고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일선 변호사들의 우려에 대해 법무부는 "성실히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이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 국선변호사 평가제도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평가제도가 피해자 인권보호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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