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는 중증장애인으로 20대 중반 장애인 시설에 입소하여 10여년을 생활해오다가, 시설장이 불법적으로 고용한 활동지원사에게 폭행당해 사망하였다. 그러나 장애인 인권침해를 해온 시설장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온 지자체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 B는 지적장애인으로 가족도 직업도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고 있으며 전남편의 보험사기 범죄에 이용된 사실이 있었는데, 10년 전 일어난 보험사기 사건과 관련하여 보험회사로부터 부당이득 청구소송을 당하게 되었다.

# C는 농촌 이주노동자로 농장주로부터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 D는 결혼이주여성인데 이혼한 전 남편이 D의 명의를 도용하여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받은 일로 금융회사로부터 시달리고 있다.

A, B, C, D는 모두 필자가 지난 2020년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임상법학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참여로 진행한 공익소송의 주인공들이다.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에서는 장애인,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학대피해아동과 같이 법률적 조력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 공익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자는 이러한 공익소송을 대리하며 그 과정을 임상법학 수업(장애인권클리닉, 지역사회법률구조클리닉)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임상법학 수업은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배운 법리를 실제 사건에서 적용해보고, 소송서면 작성, 의뢰인 면담 등의 실무에 참여하며 변호사의 역할을 경험하는 수업이다. 교과서와 이론으로 배운 법리를 실제 사건에 적용해보고, 변호사의 업무를 미리 체험하며 실무 역량을 기를 수 있어 학생들에게 호응도 좋다. 또한 다루는 사건들이 부당이득, 불법행위, 국가배상, 소멸시효, 무권대리 등 중요한 법적 쟁점들을 깊이 있게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법적 사고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처음 만나게 되는 생생한 사건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로스쿨 학생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리서치한 결과를 가지고 진행하기 때문에 소송의 성과도 좋은 편이다.

필자가 장애인권클리닉에서 진행한 사건에서는 불법적으로 운영되던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하여 시설장과 지자체장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을 받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에 대하여 관리, 감독할 의무가 지방자치단체에 있고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장애인권운동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사건이며, 로스쿨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서 실제 소송을 기획하고 서면작성에도 참여하여 기여를 한 것도 의미가 있다.

또한 임상법학 수업은 로스쿨 학생들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인권을 수호하는 법조인의 소명을 다시 되새기게 한다. 다양한 법적 분쟁을 맞닥뜨리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리하며 학생들은 법조인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공익변호사의 일에 관심이 있었던 학생들이 수업을 통하여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다지기도 하고, 구체적인 진로를 탐색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학생들에게도 임상법학 수업은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여러 학생들이 살아오면서 가까이서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경험하고 사건의 실체에 대하여 다각도로 이해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은 향후 법조인으로 만나게 되는 여러 사건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제가 왜 로스쿨에 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혜택을 받아왔기에 사회에 보답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로스쿨에서 만난 학생들에게서 이런 소감을 들을 때 법조의 미래에 대해 조금 더 희망을 갖게 된다. 사회에 대한 이해와 약자에 대한 공감을 하는 법조인을 더 많이 만나고 싶고 그 길에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남희 변호사

서울대 법전원 임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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