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사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들의 공개와 관련된 이슈>

증거조사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들은 법원에 제출되지 않고 상대방에게 모두 전달된다. 자료를 전달받은 상대방은 이를 모두 검토하여 필요한 경우 그 자료들을 증거로써 사용한다. 증거조사 이후 처음으로 자료를 사용하는 경우는 중간판결 (summary judgment) 혹은 달리 이슈를 결정하기 위한 변론 혹은 최종재판에서일 것이다. 증거조사 과정에서 당사자 간에 분쟁이 있을 경우에만 법원이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출된 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증거조사 과정에 법원이 주도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제출된 자료도 당연히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수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증거조사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재판과정에서 제출된 증거자료들을 어디까지 공개하여야 하는지 이슈>

증거조사과정에서 얻은 자료들은 이후 변론에서 혹은 최종재판에서 증거자료로 제출하게 된다. 이러한 자료 중에는 기업의 영업비밀 혹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들이 있다. 이런 자료들을 당사자 혹은 제3자에게 어디까지 공개하여야 하는지의 이슈가 있다. 먼저 기본원칙은 재판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는 모두 공개하여야 하는데 이는 성문법에 근거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영국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케이스로에(불문법)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개인정보보호가 필요한 가사사건 혹은 병원 치료기록과 같은 경우 일반법 혹은 관련된 증거법에 명문의 규정을 만들어 특정 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 규정이 없는 경우 법원 기록에 들어 있는 자료들은 공개의 대상이 되는게 원칙이고 공개를 원하지 않는 쪽에서는 법원에 공개를 금지하는 신청을 따로 해서 (motion to seal) 판사의 결정을 받아야 한다. 기업의 영업비밀 혹은 단체의 재정정보 등과 관련해서 중요한 이슈들이 있으므로 다음호에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특권: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밀유지 특권 및 변호사의 업무상 특권>

증거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특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비밀유지 특권이다(Attorney Client Privilege). 그런데 성문법 체계인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인정하는 명문 규정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비밀유지특권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증거법 501조에 근거하여 인정되고 있다. 각 주마다 관련된 인정 법률이 있고 설사 실정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예전의 영국에서부터 전해오는 판결례를 근거로 해서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은 현대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근간이 되는 제도이며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누구든 변호사와 자유롭게 본인의 문제를 상담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변호사법에 의하면 변호사가 직무상 알게된 비밀의 누설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의 취지에 근거하여 위 특권을 인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에서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어떤 범위에서 인정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의미가 있다. 상대방이 증거조사 ‘Discovery’ 절차를 통하여 요구하는 증거의 내용이 당사자가 변호사와 법률적인 문제를 의논한 내용인 경우에는 그 대화 내용을 제공하지 않을 법적인 권리가 있음은 물론이고 (증인신문) 해당 대화와 관련해서 주고받았던 문서들도 (문서제출명령이나 송부촉탁) 증거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제출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 상대방에게 이런 내용의 자료가 있지만 거부의 대상이 되는 특권에 해당된다고 알려줘야 하는데 특권의 대상이 되는자료의 목록정도를 대략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특권목록(Privilege Log) 이라고 한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밀유지특권과 유사한 변호사의 업무와 관련된 특권이 있는데 역시 연방증거법 502조에 근거하여 인정되고 있으며 변호사의 업무특권이라고 한다(Attorney Work Product Doctrine). 이는 변호사가 해당 케이스와 관련한 전략 등 메모를 하거나 변호사가 수집한 자료들을 공개 거부할 수 있는 특권이며 위 같은 방법으로 제출거부를 할 수 있다.

특권의 보호대상에서 예외가 되는 경우는 범죄행위와 관련된 내용이다. 즉 현재진행형인 범죄 혹은 향후 범죄계획과 관련된 상담의 경우에는 비밀보호 특권에서 제외되고 이런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미국 연방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수사기관에서 압수 수색영장을 집행할 경우 위 특권에 근거하여 보호되는 문서가 있을 경우에는 강제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명문규정이 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특권의 인정여부와 관련해서 문제가 될 경우에는 법원 판사실에서 판사가 해당 문서를 직접 보고 특권인정여부를 판단하기도 하는데 이를 판사실 리뷰(In-camera review) 라고도 한다.

 

/김원근 변호사(사시 30회)
미국 버지니아·메릴랜드·디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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