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대한변협 재무이사 인터뷰

카이스트·서울대 정치학과... '질풍노도' 청년 시절

IMF 계기 사법시험 응시... 20여년간 한 로펌 근무

"직역수호와 회원부담 경감 '두 마리 토끼' 큰 난제"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으로 변협회관 이전 검토"

김연수 대한변협 재무이사
김연수 대한변협 재무이사

분홍색 안경테와 맥(Mac)북, 그리고 '블루보틀' 커피까지.

협회 살림을 책임지는 김연수(사시 44회) 대한변협 재무이사의 첫 인상은 댄디(dandy)했다. 세련된 말투와 외양이 마치 테크노밸리의 스타트업 대표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 그는 조세금융과 행정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 18년차의 베테랑 변호사다.

"변호사를 처음 시작할 때 모셨던 대표님이 서울행정법원장을 마치고 퇴임하신 우의형(사시 13회) 변호사님이셨습니다. 당연히 행정 사건이 많이 몰렸는데, 저도 운좋게 조세·행정과 관련한 경험을 풍부하게 쌓을 수 있었고, 자연스레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어쏘 시절 대표님께 서면을 출력해서 가져다 드리면 마치 재판장이 배석판사를 가르치듯 빨간펜으로 가필(加筆)을 해서 검토해주셨습니다. 1년차 때에는 서면에 빨간펜 수정이 수두룩 했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점점 수정이 줄어들다가, 나중에는 구두로만 수정 사항을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김 이사는 카이스트를 나와 서울대 정치학과에 다시 입학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학부를 두 번이나, 그것도 전혀 다른 성격의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나는 원래 문과 체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제법 잘했고, 그래서 카이스트 기계재료공학과에 88학번으로 입학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진로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제가 문과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군대를 다녀온 뒤 학력고사를 쳐서 93학번으로 대학을 다시 들어갔습니다."

문민정부 출범 첫 해, 당시 대학가는 어수선한 격변기 모습이었다. 80년대를 관통했던 시대 정신과 새롭게 밀려오던 '세계화' 열풍이 혼란스럽게 섞여있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고,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경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취업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결국 '공부깨나' 한다는 대학생들이 고시촌으로 몰렸다. 김 이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IMF 이전만 하더라도 '고시공부 한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기자가 되어 언론계로 진출하는 선배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먹고 사는 현실적 측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너도 나도 고시에 뛰어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실제로 서울대 정치학과 93학번 중에는 유난히 법조인이 많다. 정원 38명 중 법조인만 20명이 넘는다. 장덕천(사시 45회) 부천시장과 김한규(사시 41회)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등이 모두 그의 동기다. 같은 과 출신으로 법조인이자 언론인으로 맹활약 중인 양은경(사시 48회) 조선일보 기자는 한 학번 후배다.

우여곡절 끝에 변호사가 됐지만 김 이사는 법률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는 연수원 수료 후 처음 입사한 법무법인에서 20여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이직이 잦은 변호사 업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곁불을 쬐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의뢰인과 동료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오다, 지난해에는 대한변협 제51대 집행부에 재무이사로 합류했다. 재무이사는 변협의 '금고지기'다. 매사 철두철미함이 요구되는 중책을 1년 간 맡아 수행한 소회를 물었다.

"무엇보다 회원들이 어렵게 모아준 회비인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의미 있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현 집행부가 공약으로 내건 '직역수호'와 '회원부담 감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방법론적 차원에서 고민도 많이 했고요."

"우선 인수위 때 협회 재무상황을 살펴보니 불필요한 회의비 지출이 꽤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에 쓸데없이 지출만 발생시키는 형식적인 위원회들을 과감하게 통폐합해 예산을 절약하는 대신, 직역수호와 대국민 홍보 활동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신설된 정책팀·미디어소통팀을 적극 지원하는 등 예산을 적재적소에 안배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김 이사는 지난해 거둔 가장 큰 성과로 "회원 분담금 인하에도 대과 없이 예산을 집행한 것"을 꼽았다. 제51대 집행부는 지난해 6월 일반 분담금과 특별 분담금을 5000원씩 줄여 월 1만원의 분담금을 경감했다. 회원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 회무를 잘 꾸려나가는 것이 재무이사 의무입니다. 따라서 회원 분담금 인하로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은 솔직히 큰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지난해는 예산 부족 없이 분담금 인하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사전에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차단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교류나 회의 등 여러 행사가 줄어든 점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협회 재무상황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무국 재무팀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김 이사는 강조했다. 이지영 변협 재무팀장은 사무국 안팎에서 꼼꼼하고 세심한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이사는 재무팀 직원들의 업무 능력에 대해 "120%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무국에 대한 그의 신뢰가 엿보인다.

한편 김 이사는 올 한 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변협회관 이전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 2012년 체결된 현 역삼동 회관의 임대 계약이 올해 말 종료된다.

"임기 초부터 '회관이전 TF팀'을 설립하고 여러 옵션을 검토해 왔습니다. 첫 번째 선택지로 현재 입주한 회관을 연장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 회관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습니다. 우선 임대료가 너무 높습니다. 관리비를 합쳐 매달 1억 500만원이 지출됩니다. 기존에 계약한 내용이 있어 어쩔수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회원분들이 서초동에서 업무를 보는데, 거리상으로도 떨어져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됩니다."

"두 번째 선택지는 현재 보유한 회관 건축기금을 활용해 새 회관을 매입하는 방안입니다. 다만 지리적으로 서초동 일대가 돼야 하는데, 지난 1년 간 살펴봤지만 적절한 매입 물건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유한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을 임차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법원·검찰청사와 가깝고, 임차료도 합리적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이전 요건을 충족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주변 매물을 계속 검토하면서 변호사교육문화관 이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변호사 업계를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제51대 집행부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김 이사는 "백오피스(Back Office)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무팀은 정책을 추진하는 부서가 아닙니다. 협회가 적극적으로 회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조력하는 지원부서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재무팀은 이슈가 안 되는 게 최선입니다. 재무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뿐입니다. 올 한해도 백(Back)오피스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물 밑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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