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변호사 입장에서 진행하기 좋은 사건은 무엇일까? 앞서 개업을 한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이혼, 상속 사건이라고 말한다. 승패가 뚜렷하지 않고 누구 하나 압도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가장 힘든 사건은 무엇일까?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수임했는데 전부 패소하는 원고 사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패소 판결문을 받아들면 온갖 생각이 앞선다. 내가 게을러서 사건의 쟁점을 잘못 파악했나, 상대방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이 소홀했나, 재판부의 의중을 못 알아차리고 승소를 자신했나 등의 생각이 든 후에는 만약 내가 아닌 다른 변호사가 상담했으면 수임 자체를 하지 않을 사건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수임을 해서 나와는 다르게 이길 수 있었을까 하는 자괴감이 홍수처럼 나를 덮친다.

그 다음에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내 의뢰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대방의 소송비용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는 달리 패소자 소송부담주의를 취하고 있다. 남소를 막기 위한 좋은 제도적 제어장치로서의 역할도 일부 있다고는 생각하나 입증이 극도로 어려운,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의 사건을 진행하는 의료전문 변호사 입장에서는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주의가 패소 자체보다 더 힘겹다.

내가 자주 진행하는 의료소송의 경우 일반적인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과 동일하게 입증책임이 환자에게 있다. 그런데 소송의 자료인 진료기록과 영상은 모두 병원이 보유하고 있다. 자료에 대한 접근권이 불평등한 상황, 날이 갈수록 법원이 병원의 과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고도의 입증을 요구하는 경향 등을 생각하면 환자를 대리해서 변호사가 의사의 과실을 밝혀 승소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 등을 상대로 하는 소송, 공익소송, 원고의 입증이 어려운 고도의 전문적인 영역에서까지 민사소송법상의 패소자부담주의가 한 치의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패소 판결문을 붙들고 며칠간 잠못자고 괴로워하다가 자책, 자괴, 소송비용계산, 의뢰인에 대한 해명 등의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나니 남은 사건 기록들을 다시 한 번 읽고 퇴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우선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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