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국어는 공교육으로 충분히 습득”

한국어 소통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외 국적 이주여성의 친권과 양육권을 박탈하는 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민유숙)은 최근 베트남 여성 A씨와 한국 남성 B씨 간 이혼 및 양육자 지정 소송 상고심에서 남편 B씨를 양육자로 지정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2021므12320 등).

A씨와 B씨는 자녀 2명을 낳고 살다가 A씨가 큰 딸을 데리고 나가면서 별거를 시작했다. 피고 A씨는 별거 직후 취직해 아이를 양육했다. 1, 2심 재판부는 피고 A씨 거주지와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고, 한국어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 B씨를 두 자녀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별거 이후 상당기간 A씨가 유아를 평온하게 양육해 왔고,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해서 B씨보다 양육자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월 200만 원 정도 고정 수입이 있는 반면 B씨는본인 명의 아파트는 있지만 직업 없이 대출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미성년 자녀 양육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 외국인 배우자를 양육자 지정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며 “한국은 공교육으로 한국어 습득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므로 한국어 소통능력이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어 소통능력에 대한 고려가 자칫 출신 국가 등을 차별하는 의도에서 비롯되거나 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와 모국 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자녀의 자아존중감 형성에 중요하다”고 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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