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트마켓이 호황이다. 단색화와 포스트단색화에 대한 논의 속에서, 30년대와 50년대 출생한 대표작가들 사이로 ‘수직과 수평의 발란스(balance)’로 교량역할을 하는 한국추상의 대가 김태호 작가(1948~)가 자리한다. 발란스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은 고른 상태로, 사제관계와 정치이념, 색채와 조형 사이의 가치를 ‘仁의 감각(어진 균형)’으로 세워온 김태호 작품 세계의 핵심철학이다. 오는 7월 22일부터 9월 26일까지 파주 스튜디오 끼(대표 이광기)에서 열리는 ‘내가 본(本) 김태호, Balance’ 특별전은 작업 터전을 옮기면서 목도한 경기북부 파주의 문화예술 불균형을 바로 잡기위한 미술계 큰 어른인 작가의 배려로 기획되었다. 이 전시의 독특한 부분은 이광기 대표가 직접 김태호 작가의 다큐멘터리와 스승인 박서보(1931~), 하종현(1935~) 작가와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영상미학’의 극대화를 시도한 점이다. 실제 한국추상화의 계보를 잇는 김태호의 교량적 역할은 약관의 17세에 운명처럼 시작된 박서보 선생과의 만남에서, 대학시절부터 오늘까지 인연을 쌓아온 하종현 선생과의 동행에서 찾을 수 있다.

김태호 작가의 내재율
김태호 작가의 내재율

홍익대 졸업 직후인 1973년 제22회 국전(國展) 비구상부문에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시대감각을 지닌 김태호 작가는 77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도쿄와 L.A. 등 수많은 개인전을 거치면서 82년 ‘공간판화대상전’ 대상, 84년 제3회 ‘미술기자상’과 2003년 고향인 부산에서 제2회 ‘부일미술대상’(부산일보사 주최) 수상, 부산시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한국대표작가임을 공고히 했다. 초기작 스프레이 형상 시리즈와 과도기의 종이시리즈를 거쳐 9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내재율(Internal Rhythm)’ 시리즈는 캔버스에 그려진 수직과 수평의 격자문양을 바탕으로 삼아 캔버스를 90도로 돌려가며 20회 이상의 색을 올리는 행위성의 완성체이다. 수직·수평을 이룬 물감의 계획성은 특수 제작된 칼로 깎이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초기부터 발견된 인간형상은 결국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장 의롭고 완전한 균형의 가치 ‘人+二=仁의 미학’ 속에서 기운생동(氣運生動)의 미감을 창출한다. 이것이 김태호의 철학이자 생명을 머금은 ‘내적인 동시에 외적인 리듬’이다. 우리는 성실한 열정으로 작품에 임하는 작가의 숭고한 노동에서, 매주 스승과 제자를 챙기는 따스한 마음에서 발란스의 내재율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관람 문의: 02-2088-7567)

 

 

/안현정 성균관대박물관 큐레이터

예술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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