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2020. 9. 24. 2018헌마739·975·1051(병합) 판결 -

1. 응시기간 및 응시 횟수 제한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헌재 2020. 9. 24. 2018헌마739·975·1051(병합))

헌법재판소는 2016. 9. 29. 2016헌마47 결정 등에서 변호사시험의 응시를 ‘5년 내 5회’로 제한한 이 사건 한도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 요지는 다음과 같다.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인력 낭비, 응시인원의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의 저하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은 청구인들이 더 이상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여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불이익에 비하여 더욱 중대하다. 따라서 위 조항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2. 병역의무 이행기간에 관한 예외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헌재 2020. 11. 26. 2020현마305178709921010(병합) 등)

병역의무의 이행 외의 다른 사유에 대해서도 변호사시험 응시한도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나, 인정되는 사유나 그 지속기간 등을 일률적으로 입법하기 어렵고, 예외를 인정할수록 시험기회·합격률에 관한 형평에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어 시험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또한, 변호사시험의 응시한도에 관한 입법경위를 살펴보면 입법자는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목적을 고려하여 변호사시험의 응시 횟수뿐만 아니라 응시기간까지 제한하기로 하면서, 변호사시험 준비생에게 어떠한 사유가 발생하여 그가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거나, 또는 그 사유로 불합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입법당시에 고려하여 응시한도를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예외조항이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예외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의 이 사건 예외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병역의무 이행 외에도 변호사시험 준비생이 불측의 중한 사고, 질병 또는 그로 인한 일시적·영구적 장애를 입는 경우, 또는 변호사시험 준비생이 임신·출산 등을 하는 경우와 같이 사회통념상 이 사건 한도조항이 정한 기간 내에 정상적으로 변호사시험을 준비·응시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사유도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변호사시험 준비·응시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다른 여러 사유들이나 변호사시험 응시기회의 실질적인 보장에 대한 고려 없이 오로지 병역의무 이행에 대하여만 응시한도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위와 같이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변호사시험 준비·응시를 기대하기 어려운 병역의무 이행 외의 다른 사유가 있는 변호사시험 준비생들을 일률적으로 배제하게 된다. 이는 이 사건 예외조항이 헌법 제39조 제2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입법자는 일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추가적인 응시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고, 또한 변호사시험 응시한도의 예외를 어느 정도 일반적·추상적으로 규정하되 변호사시험 실시기관 등으로 하여금 그 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예외사유의 자의적 적용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예외사유를 법률로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거나, 변호사시험 준비생 간의 형평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위와 같은 차별취급이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예외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3. 헌법재판소 결정 검토

가. 변호사시험 응시기간 및 횟수 제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은 응시기간과 응시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즉,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설치법 제18조 제1항에 따른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다만, 제5조 제2항에 따라 시험에 응시한 석사학위취득 예정자의 경우 그 예정기간 내 시행된 시험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나.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주장의 공허함

미국 변호사시험은 일정 점수만 취득하면 합격하는 자격시험으로 운영된다. 응시기회를 제한하려면 자격시험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합격하기 어려운 사법시험 제도를 60여 년간 유지해 왔고, 그 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있는 법원, 법무부, 대한변협은 법조인양성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든 일정 인원의 선발제를 고집한다. 사법시험 폐지는 동의하였지만, 자격시험의 도입은 상상도 못한다. 그런데 교수들은 미국처럼 자격시험으로 전환될 것을 기대하면서 응시기회 제한을 찬성하였다. 변시는 시행 10년을 맞이하였지만, 자격시험화 주장은 너무나도 공허하여 메아리도 생기지 않는다.

다. 응시기회 제한 제도를 찬성하는 이해관계자들

변시 응시자격을 박탈당한 당사자는 가혹하고 위헌적인 제도라면서 해마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그러나 이들의 입장을 옹호해 주면서 구제하자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전국 25개 법전원은 자기 학교 합격률을 낮추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이 제도를 찬성한다. 재학생들은 주기적으로 졸업생들이 변시에서 퇴출되어 경쟁률이 낮아지기를 기대한다. 변협은 수험생이 많아지면 변호사 대량배출 요인이 될 수 있어 응시기회 제한을 지지한다.

라. 새로운 변시촌 출현을 불허하는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결정을 보면, 응시기회 제한 위헌 여부는 법리해석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가 어떤 기본권을 침해받았는지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과는 달라야 한다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기존 법조인들이 기억하는 사법시험의 최대 약점은 장기간 시험준비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수험생활에 몰두하는 이들을 고시낭인이라 칭했다. 그래서 변호사시험 만큼은 변시낭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골목마다 추리닝에 슬리퍼를 끌고 다닌 수험생들로 넘쳐났던 신림동과 같은 고시촌이 변시촌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나서는 안된다고 여긴다. 변시 제도의 도입이 오로지 고시낭인 해결을 위한 목적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마. 기존 선례 인용하는 헌법소원 사건

헌법재판소는 해마다 반복되는 헌법소원에 대하여 2016년 선례를 인용하면서 기각하고 있다. 즉, 청구인들의 주장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및 합격률 등에 관한 것으로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 선례 결정 당시 이미 고려된 것이고, 또한 위 결정이 있었던 후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 대비 변호사시험 누적합격률도 위 결정의 예측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한도조항에 대한 선례의 판시 이유는 여전히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그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18헌마739등)고 한다. 위헌결정이 났던 간통죄나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에서 보듯, 응시기회 제한 제도 역시 이런 전철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헌법재판관들이 전부 교체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선례변경의 필요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응시기회를 박탈당한 사람은 로스쿨 세대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살아갈 것이다.

바. 응시기간 예외사유 확대 인정한 반대의견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 중 4인의 재판관이 예외조항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수험생도 사람인지라 불측의 중한 사고, 질병 또는 그로 인한 일시적·영구적 장애를 입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이제껏 나온 헌재 결정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이미 임신·출산을 예외사유로 인정하자는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심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응시기간 제한만 없애면 예외사유를 별도로 둘 필요도 없다. 미국은 응시 횟수 2~6회 가량을 둘뿐 응시기간의 제한은 없다. 미국 버몬트(Vermont) 주는 4회 응시 횟수 제한규정이 있지만, 응시자가 그동안 시험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였거나 예외를 신청할 타당한 이유를 입증하면 응시 횟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해 준다. 단 한 명도 억울함이 없도록 배려하는 제도의 운영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예외로 인정되는 사유나 그 지속기간 등을 일률적으로 입법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다. 고통당한 자의 호소를 외면하면서 현재의 제도를 고수한다. 아무튼 인간의 죄를 담당시키려고 광야로 내보냈던 아사셀의 염소처럼, 변호사시험에서 오로지 고시낭인의 발생을 저지하는 대속물로 오탈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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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변호사,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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