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을 바꾸어 가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그 중 팬데믹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고 있는 이슈가 바로 ‘환경’이다. 환경의 파괴가 팬데믹 사태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있고, 팬데믹은 환경 문제를 더 중요하게 보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은 일회용기의 폭발적인 사용 증가로 환경 문제를 더 만들어 내고 있고, 복잡한 여러 현안은 환경 규제를 부차적인 이슈로 다루도록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환경 보호의 절박함은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 정책만 가지고 해결될 일을 아닐 것이다.

요즘 자주 들리는 단어가 ‘ESG’이다.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약자인데, 투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종래는 재무적인 요소를 주로 하여 판단했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들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의에서 비롯된 말이다. 투자 영역에서나, 그것도 ‘사회책임투자'나 '지속가능투자'를 얘기하는 제한적인 영역에서다. 2000년 들어 영국을 비롯해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의무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팬데믹은 ESG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여러 투자기관들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운용자산의 규모가 무려 9600조 원에 달하는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ESG 사업 전략을 채택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 가히 열풍이라 할 만큼 여기저기서 ESG가 들린다. 관련 펀드가 생기고, 이러저런 교육 과정도 이미 많아졌다. 대기업 중에서는 SK그룹 ESG 경영의 필요성이 먼저 천명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SK의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천되면서 ESG 경영의 외연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 경제의 활로를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트렌드를 보며 우려도 있다. 과연 진정성 있게 ESG 경영을 실천할까. ESG 경영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나 수익을 평가한다. 이는 경영자만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주주들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당장의 수익에는 불리하더라도 이를 추진하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도 필요하다. 단순히 ESG 경영이라는 인증마크 하나 얻으려 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팬데믹이 인류에게 다시 일깨운 것이 있다면 바로 환경의 중요성이다. 그런 면에서 ESG는 우리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필수적인 과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오히려 앞서서 추진해야 할 것이 바로 ESG 경영이기도하다.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기회이다. ESG가 단순히 열풍에서 끝나지 않고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조원희 변호사

서울회, 법무법인 디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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