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는 밖에 나가면 힘들고 피곤하기 때문에 아이돌 스타들이 집안에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준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밖에서는 위험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불 안에서 편안함만을 추구할 수 있는 삶도 없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 위험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동굴은 붕괴위험이 상존했고, 사냥에서는 맹수의 습격을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은 개인의 영역이었다. 농경사회로 접어들어 집단생활이 이루어지면서 위험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나타났다. 가뭄과 홍수에 대비한 저수지의 건설이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위험에 대한 대응은 세대를 이어오며 경험으로 축적되었고 사회적으로 규범화되었다.

과거 독일 법학에서는 위험은 인식 가능하고 특별한 개입이 없다면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리스크는 위험의 인식이 불분명하고 손해발생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을 현재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사이버 침해와 감염병처럼 시간과 공간을 순식간에 뛰어넘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편익을 누리고 싶다면 위험도 견뎌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위험의 탐색과 크기의 측정이다. 첨단기술의 위험은 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민간이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와 민간 사이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다.

위험이 크고, 발생빈도가 높다면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강하게 작동하며, 피해보상을 위해 보험과 기금이 활용된다. 그러나 단순히 규제만 강화한 상태로 긴 세월을 보낸다면 국가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술개발을 통해 위험을 줄이고 이에 걸맞은 새로운 규제수준을 설정해야 한다. 한편, 위험은 작지만 발생 빈도가 높다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중 선택과 조합이 가능하다. 위험에 따른 비례적 요구와 제한은 법치국가 원리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하다.

법의 역사는 위험의 역사다. 법은 민사, 형사, 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위험을 포용하는 가운데 형성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술사회에서의 규제와 관련해 새로운 규범을 정하자는 논의가 정부 및 기업과 시민사회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법은 위험을 비례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 역사를 보건대, 위험은 기술에 의해 극복됐고 그 결과 새로운 규범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열어왔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 하지만 그 안에만 있는 것이 위험 때문이 아니라 혹시 이불 안의 편안함을 버리지 못해서가 아닌지 스스로 살펴야 한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법이 제한을 설정해두고 그 편안함에만 안주한다면 사회적 퇴보를 가져올 것이다. 법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위험과 대화하고, 위험에 맞는 규제와 각 당사자의 책임을 설정해 나가야 한다. 법은 이불 안에만 있으면 안 된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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