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고 있는 사건들 중에서 가장 고민되는 사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자녀와 관련된 사건이라고 말할 것이다.

친권, 양육권에 대한 다툼 뿐 아니라 면접교섭이나 양육비 청구, 이행명령에 이르기까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들은 단 하나도 같지 않고, 단 하나도 쉽지 않다. 나의 부담감과 내가 느끼는 사건의 무게감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는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의뢰인의 입장뿐만 아니라 그 자녀에 대한 부분에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생각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답답해지는 경험은 가사법 전문변호사라면 누구라도 겪었을 것이다. 실제로 자녀에 관한 후속 분쟁이 가사 사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이 문제의 어려움은 이미 제도적으로도 충분히 증명된 셈이다.

서로 자녀의 양육자가 되겠다고 다투는 경우는 그나마 수월한 것이라 생각한다. 각자의 감정과 입장을 고집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되는 몇몇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법원의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육환경조사뿐만 아니라 심리검사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절차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자녀의 양육자로 상대방을 지정해달라고 하게 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양육자로 지정됨이 적합한 누군가가 있는데, 변호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상황과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양육의 문제는 현실이기에 돈이나 물건처럼 포기하시라 설득할 수도 없고, 그렇게 억지로 포기시켜서 시작된 양육이 그 자녀에게 최선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변호사의 부담감은 좀처럼 줄어들 수 없다.

면접교섭이나 양육비에 대한 문제도 다르지 않다. 양육비는 생존의 문제이고 면접교섭은 천륜의 문제라 다투고 있는 쌍방의 간극을 좁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면접교섭의 경우,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보다 교육과 훈련이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데, 모든 법원에서 이를 위한 조사나 상담절차를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변호사의 어깨는 또 무거워진다.

분명 의식적으로 사건의 무게를 덜어낼 수는 있다. 의뢰인의 입장대로만 대변해주면 변호사의 마음은 한결 가벼울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를 감수하는 것은 내 의뢰인뿐만 아니라 그 자녀도 마찬가지이기에, 의뢰인과 자녀를 구분지어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법원이 자녀 문제에 있어 후견적인 입장을 선언한 만큼 그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도 법원과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가사 전문변호사는 가사 사건의 특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이미 묵묵히 버텨내고 계신 다른 변호사님들과 같이 나 또한 사건의 무게감을 견뎌내야만 한다. 가벼워지기를 포기한 내 각오가 앞으로도 변함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안미현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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