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집행부인가 전전 집행부인가 사시존치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을 주장하면서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는 변호사 수가 과다하다는 대한변협의 주장이 엄살로 보일 뿐이다. 사시를 존치하면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더 많아지는데 그건 괜찮다는 것인지 국민은 납득을 못한다.

그리고 목표가 두 개가 되면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전부 놓치기 태반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다. 대한변협 정도의 위치와 위상이면, 주장을 하면 관철을 시켜야 한다. 더 뼈아픈 점은 대한변협 구성원 간 대립과 반목의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시 출신 법조인과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법조인은 같이 가야 할 동반자인데 편 가르기를 했으니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대한변협은 힘들고 어려워도 적지 않은 회비를 내고 있는 변호사들의 출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스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나 역효과 나는 일은 결단코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사시 존치는 물 건너갔다. 사시가 없어졌으니 동력이 생길 여지가 없다. 지금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현 집행부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에 총력을 기울인 듯하다. 대한변협은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000명 이하로 책정하고 가능한 1500명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런데 올해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1768명이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77명이 증가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 그게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그 주장과 외침이 꽤 오랜 기간 지속돼서 신선감이 없고 사람들에게는 흘러간 유행가처럼 들린다. 대한변협마저 흘러간 가수 취급을 받을까봐 걱정이다. 현실성에서도 낙제점이다. 지금도 3년간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도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해 낙심한 사람이 수두룩한데 1000명을 뽑으라 한다면 그들에게는 복장 터질 일이다. 법학전문대학원과 법무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변호사 수가 3만 명, 5년 만에 1만 명이 늘었다. 그런 상황에서 1500명을 뽑으나 1768명을 뽑으나 큰 차이가 없다. 국가적 난제가 산적해 있는데 법조인에게는 중대할지 모르지만 국민에게는 사소한 일이다. 그런 일이 많은 반대가 있는 상황에서 성공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늪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다. 대한변협과 법학전문대학원의 대화합과 대협력의 시대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대한변협은 법학전문대학원을 법조인 배출의 유일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실체를 인정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에는 그동안 사법연수원을 운영하면서 투입했던 모든 재원을 법학전문대학원에 그 이상으로 지원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촉구하고, 대한변협 차원에서도 우수한 변호사의 파견 등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늘어난 변호사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뒷받침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변호사 실무연수도 재원을 대폭 늘려서 연수기간 동안 본인들의 선택에 따라 세무, 노무, 특허, 등기, 강제집행 등 한 분야에서는 확실하게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연수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외국어에 능통한 다수의 법조인이 생겨났고, 다양한 전공과 스펙으로 무장한 든든한 법조인이 많아졌다. 여기에 더해 한층 더 질이 높아진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으로 국민의 신뢰를 듬뿍 받는 법조인이 더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

 
 
 
/진봉헌 변호사

전북회·법무법인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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