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나름 특색있는 장래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입시가 가까워짐에 따라 점차 희망하는 학과, 직업 등이 일정 범위 내로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필자의 경우에도 중학교 때까지 파일럿을 꿈꾸었으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나름 특색있던 파일럿의 꿈과는 전혀 다르게 상경계를 졸업하여 대학원에 진학하는 전형적인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기소개서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진로계획이 나온다고 한다. 국제기구로 진출하겠다는 사례부터 변호사 자격증을 바탕으로 한 법률분야 전문기자를 꿈꾸는 사례까지 들은 바 있다. 그러나 3학년이 된 현재 주변을 보면 대부분 희망진로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검사, 로클럭, 로펌, 기업 법무팀 등 전형적인 부분에 국한되고, 그 내에서도 전문적인 세부분야를 크게 생각하는 원우들은 드문 것 같다. 마치 다양한 색채로 빛나던 학생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의 터널을 지나 같은 색으로 덧칠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는 법학전문대학원 자체의 경쟁적 구조와 분위기 때문에 보수와 명예로 평가되는 출세지향적 경향이 짙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무게가 법학전문대학원 자체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결과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재학 중 자신의 관심사에 대하여 알아볼 시간도, 기회도 턱없이 부족하다. 실무수습의 경우 절대다수가 대형로펌, 검찰, 법원 중에서만 이루어지고, 각 법학전문대학원마다 있는 진로강의 역시 학생들 수요에 맞게 위 직군들 위주의 소개로 가득 차 있고, 여타 진로의 경우 마지막에 상징적으로 한두 가지 정도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 같다.

법학전문대학원 자체가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고, 법조인의 대다수가 로펌 내지 기업에서 근무하게 되고, 그 중에서도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 종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기간이 법률시장 곳곳에 숨어있는 틈새 등도 탐험해 볼 수 있는 시기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밀려온다.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중요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이 보다 다양한 분야의 법률직군에 대한 탐색 및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 각 기관 및 단체들이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 대한 실무수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이러한 기회를 통해 많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법률시장의 각 모서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하는 ‘프론티어형 법조인’으로 거듭난다면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취지가 더욱 빛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송규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