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 님 안녕하세요!” 화들짝 놀랐다.

핸드폰 화면이 내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수연 님’ 맞춤형 기사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공상과학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광경과 흡사하다.

고맙지도 반갑지도 않았다. 그동안 내가 검색한 내용을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 제공을 한다고 한다. 기계가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빴다. 아니다. 단지 기계라면 이렇게까지 불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데이터는 그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 제공되고 이용될 것이기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다.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시선마저 느껴졌다. 마음만 먹으면 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 속 정보만 있으면 모든 걸 알 수 있다. 그 안에 지인들과 나눈 대화, 내가 방문 한 곳, 이메일, 검색기록 등등 모든 것이 들어있다. 나에 대한 정보의 95% 이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의 소리마저 알 수 있으며 어쩌면 나보다 더 나를 잘 알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남들보다 1년은 늦게 마련했다. SNS는 카카오톡을 제외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곳에는 꼭 필요한 경우만 가입하며 최소한의 기재만 한다. 가능한 모든 곳에서 ‘로그아웃’을 한다,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는데, 이제 일상이 된 사회문화 현상에 유난을 떤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싫다고 하여 이 흐름을 거스를 수도 거스를 힘도 없다. 5년 후, 아니 1년 후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만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를 이용하고 이에 합류해야 할까? 정신없이 달라지는 세상 속에서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늦고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1984년’의 ‘빅 브라더’가 이런 식으로 나타날지 몰랐다. 소설 속 주인공 ‘스미스’가 빅 브라더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눈을 감았듯이 나도 언젠가 이 미미한 저항을 멈추고 진심으로 ‘빅데이터’를 사랑하는 날이 올까? 그 날이 내게는 1984년이 실현되는 날이다.

/이수연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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