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스승의 날, 16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이 집중되어 있어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담은 글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2008년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8년 동안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하였습니다. 노력과 실력이 부족한 탓에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였고, 네 번째 치르는 2차 시험 만에 사법시험에 간신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2013년 두 번째 치르는 2차 시험에 낙방하여 다시 1차 시험부터 도전해야 하는 곤경에 처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3년 두 번째 2차 시험에 낙방한 후 터덜터덜 고향인 대전에 내려왔습니다. 부모님께 여차여차 시험에 낙방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풀이 죽은 채로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아버지께서 쭈뼛쭈뼛한 모습으로 올라오시더니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들아! 아빠가 인생을 살아보니 사람 인생 1~2년에 결정되는 게 아니더라. 네가 만약에 공부를 해보고 싶으면 더 해봐라.”

그러시고는 다시 밑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조금 뒤에 어머니께서 올라오셔서 침대 옆에 누우시며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들아! 엄마가 인생을 살아보니 저런 사람들이 잘 살아야 맞을 거 같은데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 그래도 열심히 살다 보면 어떻게든 먹고 살 수는 있더라. 그러니 네가 공부를 더 해도 좋고 힘들면 그만두어도 좋아. 엄마는 항상 아들 편이야.”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시 밑으로 내려가셨습니다. 부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데,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날 고향을 떠나 다시 신림동 고시촌을 향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풀이 죽은 아들을 위로하고자 그 순간 건넨 말씀들은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제가 삶에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8일 첫째 딸이 태어났고, 2020년 5월 중에 곧 둘째 아들이 태어날 예정입니다. 일전에 2019년 6월 10일자 칼럼 ‘#지방회_해시태그’에서 ‘일과 가정의 조율’이란 제목의 글을 쓰며 변호사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삶을 잘 조율해보겠다고 다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지방회_해시태그’ 기고글을 쓰며 또 하나의 다짐을 해봅니다.

저도 부모님께서 지금까지 저를 대하시며 보여주신 낯빛으로 제 아이들을 대하며 제 아이들의 삶에 동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대하신 것처럼 저도 제 아이를 대하겠다는 이 다짐이 제가 부모님 앞에 드리는 말씀, 부모님 전(前) 상서(上書)입니다.

 
 
/이승현 변호사

대전회·산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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