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경쟁의 연속이다. 모든 경쟁은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명암(明暗)이 점철되는 희비쌍곡선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최근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768명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불합격자에게는 격려와 위로를, 합격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폴란드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쉼보르스카(Szymborska)의 ‘끝과 시작’이라는 시는 “모든 전쟁이 끝날 때마다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만 하리. 그럭저럭 정돈된 꼴을 갖추려면 뭐든 저절로 되는 것은 없으니”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전국 25개 법전원은 마치 전쟁을 치르고 난 이후처럼, 새로운 경쟁에 도전하기 위한 체질 개선과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노자는 “화(禍)는 복(福)에 의존되어 있고, 복에는 화가 숨어 있다”고 말하여 길흉화복의 상호작용(Wechselwirkung) 관계를 밝힌 바 있다. 저조한 합격률을 기록한 법전원이나 변호사시험에서 실패의 쓴 잔을 든 졸업생은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바란다.

대학의 졸업을 미국에서 ‘커먼스먼트(Commencement)’라고 말하는 것처럼 끝은 시작과 동의어다. 태양이 머리의 정수리를 비추는 순간으로 초인(Übermensch)의 경지로 발걸음을 내딛는 지점을 니체(Nietzsche)는 ‘위대한 정오(正午)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든 일의 끝은 마지막 종점이자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인 종처시점(終處始點)이 되는 것이다.

변화의 원리를 설명한 주역에선 미완성을 의미하는 화수미제(火水未濟)의 궤가 맨 마지막 64궤이고, 오히려 완성을 의미하는 수화기제(水火旣濟)가 63궤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역의 마지막 궤인 화수미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인생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인생은 한판의 바둑이며, 마라톤 경주와 같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처럼 삶의 과정 중 실패는 오히려 삶에 있어 약이 되고, 성공의 기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끝이라고 생각하여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여 새로운 시작을 여는 것을 절처봉생(絶處逢生) 또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이라고 한다. 제9회 변호사시험은 이제 막을 내렸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실패를 딛고 더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바둑을 둔 후에 복기(復碁)하는 자세로 패인분석과 뼈저린 자기성찰이 필요하다(no 敗因, no game).

실패 속에 낙심하지 말고 오히려 더 잘 된 것이었다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용기를 갖고 다시 도전하면 실패가 오히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 수 있다. 변호사시험은 삶의 과정의 하나의 도전으로 실패 속에서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며 내적 충실을 도모한다면 더 큰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독일 속담에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Ende gut alles gut)”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의 마지막에 웃는 최후의 승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용섭 전북대 법전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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