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질 때면 선거 캠프마다 고소고발 난타전이 벌어진다. 정당한 법률적 대응인 경우도 많지만 상대 후보를 압박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로는 언론사나 기자가 얽혀 들어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총선 관련 선거사범 중 가장 많은 단속 유형이 허위사실 공표(23.5%)이기 때문에 보도 경쟁에 시달리는 언론과 기자 역시 아차하다가는 고소고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적지 않다.

물론 선거가 끝난 후 고소를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선거 기간 중에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라도 고소고발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 언론과 굳이 척을 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한다는 비판도 부담스럽다.

고소는 결국 취하해주면서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수사를 협박 수단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문제다. 종국엔 수사 기관을 동원해 정당한 취재 활동과 보도 행위까지 억압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20대 총선 직후 한 언론사 기자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는 한 중진 국회의원은 “경찰에 고소한 후 수사 단계에서 고소 취하를 결정했으나,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후 검찰 수사 단계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 고소를 취하하라는 조언을 받았다”면서 “그래야 기자가 좀 더 고생하게 되고 나중에라도 또다시 해당 보도와 관련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고 전했다.

비록 형사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경찰에 이어 검찰 수사를 겪게 된 언론에게 그 학습 효과는 매우 크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수사기관과 맞닥뜨리게 되면 취재 과정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사안을 대하게 될 때 자기검열에 따른 언론의 자유 위축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언론 분야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형사 처벌보다 사실상 언로를 막는 효과를 노려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수사기관으로 직행하는 사례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언론과 기자가 수사의 성역이 될 수는 없다.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듯 취재와 보도 영역에서 불법의 소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와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의 기능이 자칫 수사 과정에서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 또한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바다. 수사 기관 역시 언론의 취재 행위에 대한 수사에는 보다 신중해야 할 이유다.

 
 
/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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