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 1768명 … 경기 둔화, 사건 수 정체에도 10년간 172% 증가
국민 의견 59.5% 변호사시험 기준 강화, 실무능력 양성 등 법전원 제도 개선 요구

얼어붙은 법률시장에 다시 한 번 변호사 과잉 공급이 이뤄지면서 법조계가 충격에 빠졌다.

법무부(장관 추미애)가 24일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발표했다. 올해 합격자 수는 지난해보다 77명 증가한 1768명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은 88.4%다.

같은 날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법조 현실을 도외시한 법무부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변협은 올해 합격자 수를 1000명 이하로 책정하고, 가능한 1500명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변호사 고유 업무인 소송 분야는 심각한 상황이다. 수년째 사건 수가 정체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법원에 접수된 사건 수는 총 1765만 1498건이다. 10년 전인 2009년에도 사건 수는 총 1791만 728건이었다. 변호사 수 증가세와 달리 사건 수는 오히려 1.4% 줄어들었다.

경기 둔화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평균 2~3%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 1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10년간 변호사 수는 172%나 증가했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1만 1000여 명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3만 번째 변호사가 배출됐다. 1906년 제1호 변호사가 나온 이래로 변호사 1만 명 시대가 오기까지 100년이 필요했지만, 이후 2만 명까지는 8년, 3만 명까지는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60만 명에 달하는 법조 유사직역에서도 변호사 소송대리권을 침탈하기 위한 입법을 시도 중이다. 세무사는 조세소송대리권을, 변리사는 변호사와의 특허공동소송대리권을, 공인노무사는 노동관계 사건 고소고발 진술대리권 요구 등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법조 유사직역의 요구로 입안된 법률안들이 다수 계류 중이다.

법조계에선 급변하는 법률시장을 직시하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 열린 대한변협-청년변호사 좌담회에서도 법률수요 진작과 신규수요 창출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좌담회에 참석한 A 변호사는 “청년변호사들은 취업률 저조, 수입 감소, 열악한 처우 등 여러 문제에 노출돼 있다”면서 “이는 급격하게 증가한 변호사 수에 비해 법률수요는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B 변호사는 “법조인력 양성제도 세대 교체나 변호사 공급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많았지만, 정작 배출된 법조인들이 어디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며 “신규 변호사들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직역수호와 법률수요 확대를 두고 고민할 때”라고 의견을 전했다.

법률서비스 이용 주체인 국민 여론도 변호사시험 기준 강화와 실무능력 양성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적 공급보다 질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법률서비스업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 ISSUE 관련 국민 의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444명 가운데 2643명(59.5%)이 현행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 중 6.8%에 그쳤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과반은 ‘법전원 입학기준 강화(23.3%)’와 ‘변호사시험 합격기준 강화(23.1%)’를 최우선 개선과제로 꼽았다. 이어 ‘실무능력 양성(16.0%)’과 ‘교육 수준 강화(14.6%)’ 순으로 현행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응답자가 선택한 법전원 개선과제를 1순위부터 3순위까지 통합한 결과에 따르면, 1위는 ‘변호사시험 기준 강화(63.8%)’ 2위는 ‘실무능력 양성(60.0%)’ 3위는 ‘교육수준 강화(54.7%)’로 조사됐다.

변협은 법전원 교육 개선, 법조 유사직역 통폐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학전문대학원 평가특별위원회를 출범해 내년부터 철저한 평가도 진행한다.

이찬희 협회장은 “청년변호사 업무 지원, 준법지원인 선임 기업 확대 요구, 정부 법률구조사업 변협 이전 등 직역 창출을 위한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우리 사회 인구와 경제 규모에 맞는 변호사 적정 수를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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