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알 수 있듯이 역사의 흐름이 급변하는 것은 꼭 정치적 사변 때문만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우리 일상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 중이다. 비대면(untact) 모임이 일상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자발적 격리도 널리 실천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겪은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궁금해 한다. 언론에는 팬데믹 이후 세계정세 변화를 예측하는 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정치학이나 경제학 분야에서는 기존 분석 틀과는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법학자들은 대량 감시 도구를 통한 일상적인 사회감시체제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치정보와 신용카드 사용정보 등을 통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여 격리와 치료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한국식 모델’이 성공적인 방역정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마냥 기분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나 부정적 시선도 곱씹어 보아야 한다. 민주시민사회 구성원이라면 개인정보 수집과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감시기술의 민주적 사용과 시민적 통제를 어떻게 유지·관철할 것인지가 문제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특정 종교계와 공중보건을 강조하는 공권력 간에 빚어진 갈등도 또 다른 팬데믹 사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하여 연구할 과제다. 종교의 자유나 공중의 보건과 안전 등 헌법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이는 법철학과 법신학 차원의 문제다. 이번 사태는 사회공동체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이 격리되자 언론은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사라졌고 히말라야 산맥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분명 요즘 서울 하늘은 예년과 달리 투명하다. 사람이 격리되고 기계가 작동을 멈추자 생태계가 되살아났다는 것은 ‘문제의 원인’이 인간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전염병 대유행은 인간이 저지른 생태파괴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치료제나 백신만 개발되면 이번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생태학적 경계를 확장해야 한다.” 신영전 한양대 예방의학 교수가 최근 한겨레신문 좌담회에서 한 말이다.

팬데믹 이후의 법학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나 종교의 자유, 공중보건과 같은 개별 쟁점도 중요하지만, 생태학적 관점에서 법학의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자연의 개발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데 진력해온 기존 법률체계를 비판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최후의 전환’ 카프라/마테이 공저, 박태현/김영준 공역, 2019).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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