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이 닥쳤다. 도시 내 어떤 지역은 사망률이 급증했는데, 어떤 지역은 잘 버텨냈다. 소득 수준이나 인종 분포가 비슷했음에도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뉴욕대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이를 ‘연결망 힘’으로 인식했다. 그의 전작 ‘폭염사회’는 폭염이나 홍수 등 재해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리고 각종 재해 상황을 넘어 일상에서의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증하고 역설한다. 그의 이런 주장이 오롯이 담긴 책이 바로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이다.

저자는 도시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키워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자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의 경제발전의 기초가 인프라스트럭처인 것처럼, 시민적 삶의 기초가 바로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인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공간, 안전한 장소, 함께 배우는 곳, 건강한 유대가 이뤄지는 자연의 터전 등이 시민들의 사회적 관계가 연결되는 허브다. 이는 공공 도서관, 카페, 학교, 이발소, 스포츠클럽, 지역주민센터, 텃밭 등 다양한 사회적 공간의 형태로 구체화 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사회적 공간의 활성화를 통해 시민들은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고 배타와 혐오의 위협에서 안전해진다. 도시의 가치가 높아지고 시민의 삶은 증진된다. 공간과 건축물이 개방과 공유의 관점에서 조성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 ‘사람 친화적’이고 ‘환경 친화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도시가 생명력을 가진 도시이다. 그래서 저자는 ‘양극화, 불평등과 분열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 계획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가 튼튼한 지역사회는 더불어 번영하지만, 방치되면 공멸의 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나요?’ 저자는 페이스북 창설자 마크 주커버그의 연설을 인용해서 되물었다. “전 세계 국가들은 21세기와 그 이후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프로젝트에 수조 달러를 투자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음 삽을 뜨기 이전에, 우리가 무엇을 개선하고자 하는지,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어떤 종류의 사회를 만들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물리적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못지않게, 사회적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것이 에릭 교수의 결론이다.

코로나19로 세계가 큰 위기에 닥쳤다. 이 감염 재난도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다. 아픔이 있으면 깨달음도 있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새로운 일상이 무엇인지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멀어졌던 사회적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목표 아래 이뤄졌던 국가 간, 지역 간 폐쇄와 단절도 개방과 연결로 새로워져야 한다. 감염병보다 더 무섭다는 차별과 혐오의 어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물론 가계소득과 국가경제의 회복도 시급한 과제다. 이 책은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세상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리처드 플로리다, 매일경제신문사)』 - 도시의 새로운 위기요소 분석과 그 해법에 대한 혜안이 담긴 책

『내가 사랑한 공간들(윤광준, 을유문화사)』 - 도시의 품격을 높여주는 공간들에 대한 도시미학 평론서

 
 
/장훈 인천광역시 홍보특보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