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구호 대신 SNS 메시지와 영상 연설이 봄날의 공기를 메운다. 후보자의 손은 분주히 명함을 건네지만 오가는 손은 쉬이 맞잡힐 기색이 없다. 누구보다 환하게 웃음지어야 할 얼굴은 마스크가 가려 섰고, 투표 독려의 미소와 출근길 인사는 피켓 속 사진이 대신한다. 투표소엔 ‘2m 거리두기’라는 글귀와 손소독제와 비닐장갑이 방문자를 맞는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선거의 모습이다.

매 4년마다 4월은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우리 보좌진들도 사람이 모이는 곳을 찾아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그리며 유권자에 투표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다가올 선거는 전례 없는 혼란 속에 치러지게 됐다.

이왕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기왕의 적응을 새로운 기대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고 했는데, 구축(構築)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위기 상황의 경험과 경력을 일상의 혁신으로 연결시킨다면? 이른바 ‘4차산업혁명’과의 접점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다. 굳이 신문의 시사나 IT란을 즐기지 않더라도, TV방송이나 CF,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한 번쯤은 듣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 즉, 오프라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들을 모두 데이터화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사람들에게 맞춤형 예측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미래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사물을 자동적·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構築)을 기대하게 만든다.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산업 환경, 정보 통신 기술(ICT) 기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혁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유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나에게도 혁신과 규제, 미래와 현재 사이의 어디쯤에서 설익은 상상을 안겨준다. 컴퓨터가 세계 각국의 법률을 조사하고, 인공지능이 법률안을 추천하는 미래는 입안의 전문화를, 3차원의 공보물과 2차원의 선거벽보 대신 생경한 4차원의 홍보영상이 유권자의 스마트폰으로 배달되는 풍경은 새로운 선거문화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가상현실(VR)이 구현한 후보자와 악수를 나누고 공약을 묻는 날도 먼 미래가 아니다.

당장 이번 선거에도 진보·보수, 청년·노인, 남·녀라는 익숙한 사고를 벗어나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빅데이터를 구성해 유권자가 원하는 약속을 선보이는 ‘맞춤형 공약’이 눈에 띈다. 같은 값을 입력하더라도 다른 공식·변수나 레퍼런스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 불가능성은 익숙한 선거공식과도 맞닿은 특징이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코로나19는 이번 선거를 비대면·비접촉 운동의 알파테스트로 만들 것이다. 우선 살아내고 그 경험으로 새로운 프레임워크 모델을 만들자. 다가올 시대에 대한 가능한 예측과 적절한 대비는 다가올 세대에 필요하고 최소한 배려가 되리라 본다.

 
 
/이상훈 변호사·국회의원실 비서관, 4차산업융합법학회 집행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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