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직계비속 없이 사망하여 그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되는 것은 민법 규정에 의한 것으로 권리 행사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

최근 유명 아이돌 가수가 생을 마쳐 팬들이 슬픔에 빠졌다. 그녀가 아홉 살 무렵 가출해 20여 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부양하지 않은 친모가 그녀의 사망 직후 상속재산의 50%를 요구하는 재판을 청구해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경우도 상속결격사유로 추가하고, 기여분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민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지난달 18일 발의되고, 이달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다.

민법이 개정되더라도 지금 문제가 되는 사건에 소급 적용되기는 어렵다(헌법 제13조 제2항).

‘구체적인 사건에 처한 (입법자가 아닌) 법률가의 법 개정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다. 현행법의 해석으로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의 권리행사를 저지하거나 반대 당사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방법이 없는지 검토해 본다.

첫째, 자녀를 부양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속인의 결격사유(민법 제1004조) 규정을 넓게 해석해도 포섭되기는 어렵다.

둘째, 자녀를 부양한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다른 일방을 상대로 기여분(민법 제1008조의2)을 적극 청구해야 한다. 자녀를 부양한 부모가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이유로 다른 일방과 협의로 기여분을 정할 수 있고, 가정법원에 기여분을 청구할 수도 있다. 실무상 기여분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학계와 실무계는 기여분에 의한 구제에 대하여 회의적이다. 기존 판례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최근 일련의 사건(천안함,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등)에서 이혼 등으로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비상한 상황에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법원 판례의 변경도 기대해볼 만하다.

셋째, 자녀를 부양한 부모 일방(조부모 등 양육보조자 포함)이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다른 일방을 상대로 과거의 양육비 청구(민법 제837조) 또는 부양료에 대한 구상권 행사(민법 제976조 내지 제978조)도 유용한 구제수단이 된다.

넷째,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부모가 3년 이상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경우 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가정법원에서 미성년자입양을 허가할 수 있고(민법 제870조), ㉡친생부모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를 부양하지 않고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경우 친생부모가 친양자입양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친양자입양심판을 할 수 있다(민법 제908조의2). 부모 일방이 자녀가 어릴 때 이혼이나 가출 등으로 장기간 부양하지 않았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여 부모 일방이 받을 상속재산을 적절하게 감액할 수도 있다는 입론도 가능하다.

 
 
/엄경천 이혼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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