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많은 변호사가 어려움 겪어 … 변호사 수까지 급증하면 더 큰 위기 올 것”
엄습한 위기에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와 법무법인들, 비대면 채널 활성화 등 고심

위축돼 있던 법률시장이 이제는 얼어붙고 있다. ‘문만 열어놔도 의뢰인이 들어오는 시기’는 지난지 오래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야기했고, 법조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점점 더 많은 변호사가 생존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법률사무소 특성상 사업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은 변호사 및 직원 인건비”라면서 “상당수 법률사무소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속변호사를 해고하거나 무기한 무급휴가를 권유해 많은 변호사가 실직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23.5포인트가 하락한 63.7포인트다. 지난해 9월부터 쭉 90포인트 이상이었지만 코로나19가 급격하게 전파되기 시작한 2월 87.2포인트로 떨어진 후 급감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하며,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지난 9일 발표하기도 했다.

경제 위기는 ‘수임 절벽’으로 이어지게 된다. 개인과 회사 모두 소송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소송할 여력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운용 다솔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IMF 사태 때도 도중이 아닌 그 이후에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한 걸음 늦게 법률시장에 타격이 왔다”면서 “조금 더 지나면 불황기가 올 가능성이 있어서 지출을 줄이는 등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곳도 있다. 새로운 고객을 적극 유치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법원 휴정은 끝났지만 급한 일정이 아닌 경우 일정을 천천히 잡는 경우가 많다.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A 변호사는 “직원 몇몇을 내보냈고 소속 변호사 월급도 주기 어려운 형편”이라면서 “사무실 운영을 위한 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B 변호사도 “무한경쟁 시대에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업황이 점차 둔화되면서 내담객이 줄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유지되면 법률사무소를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부산회 소속 C 변호사 역시 “코로나19 발생 이후 소송 수임이 급감해 매출액이 크게 줄었다”면서 “최소 6월경까지는 사건 수임에 대한 기대도 저버린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사건 수임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많은 변호사가 각자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주영 안팍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경제사정 악화에 따른 사업상 분쟁 등 상담 유형은 기존보다 증가하고 있으나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의뢰인들의 경제 사정 악화를 고려해 보수 지급 기한을 늦춰주거나 할부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호근 법무법인 정한 대표변호사도 “최근 자문계약을 체결하기로 구두약정 했던 몇몇 회사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면서 자문계약 대한 상부 결재가 늦어져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는 변수가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전과는 법률시장 변화가 어떤 식으로든 있을테니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속 변호사 모두 전문 분야를 위한 지식을 쌓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변호사 유튜버’ ‘법무법인 유튜브’ 영상 업로드 건수는 크게 늘었다. 사람들과 대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문적인 법률 정보를 전달하고 구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동시에 홍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창윤 변호사는 ‘현변tv변호사현창윤’ 채널을 통해 “유튜브는 다른 매체에 비해 콘텐츠를 빙자한 광고가 많지 않아 시간이 지난 영상이라도 꾸준하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 계속 검색이 된다”면서 “전 연령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매체”라고 설명했다.

‘TV양소영’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양소영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양육비를 못 받는 미성년 부모를 후원하는 ‘칸나희망서포터즈’ 후원금은 물론 사무실 임대료나 직원 월급 지출도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유튜브를 이전보다 열심히 운영하면서 이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IT를 이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최근 카이스트 출신 변호사들이 비대면 민사소송 서비스 ‘머니백’을 출시했다. 세미나를 실시간으로 웹에서 중계하는 웨비나(Webinar)도 인기다. 화상 회의나 화상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단독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영주 변호사는 “이전까지는 대부분 의뢰인이 화상상담을 어색해했지만 이제 부담없이 화상상담을 권유해볼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면서 “뉘앙스를 전달하면서도 바로 소통이 가능한 화상상담을 장기적 관점에서 시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형로펌에서도 쉬지 않고 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대표변호사 김성진)은 홈페이지에 ‘COVID-19 자료실’을 개설했다. 고객들이 효율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게 ‘COVID-19 대응팀’을 발족, 중국 무역 관련 자문 이슈를 필두로 인사노무, 국제분쟁, 공정거래 등 파생 이슈들에 대해 뉴스레터와 자문을 제공해왔다.

법무법인(유한) 화우(대표변호사 정진수)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이슈를 뉴스레터로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 관련 사업주의 법적 책임’ 등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법조계 위기 점점 악화 … 변호사 수 급증 시 생계 걱정

법조계 위기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오는 24일 결정된다. 법조계에서는 아무리 각자 노력을 하더라도 경제 위기 상황에 변호사 수까지 급격히 늘어난다면 많은 변호사가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변협에서는 법무부(장관 추미애)에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000명 이하로 결정해야 하고, 1500명 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7일 전달한 바 있다.

변협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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