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열리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는 ‘피고인’ 신분 후보가 대거 출마한다. 당선되자마자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들락날락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상당수라는 말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선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기소된 후보자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에 연루된 전직 청와대 비서관들과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벌어진 물리적 충돌로 인해 무더기로 기소된 여야 의원들이 출마에 성공했다. 이들의 후보 자격에 검찰 기소가 결격 사유로 고려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최종심 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기소 자체로 선거 출마를 막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제도권 정당들은 불법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이 선출직에 나서는 상황을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비리 정당’으로 찍혀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을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일 테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도 부적절한 면이 크기 때문이다.

당선 무효 시 재보궐선거를 해야 하니 사회적 낭비다. 선출직 특성상 국민의 지지를 명분으로 남은 수사와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여론으로 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근간을 이루는 법치주의의 심각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며 출마하는 이들의 주장은 주로 ‘정치검찰’의 판단 대신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논리로 흐른다. 이번에 출마하는 이들의 특징은 ‘검찰개혁’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어느덧 문재인 정부의 ‘전가의 보도’가 된 검찰개혁은 피고인들의 선거 출사표까지 둔갑한 셈이다.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의 손에 기소된 이들의 무죄를 책임져줄 ‘검찰개혁’이지만 최종적으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곳은 사법부다. 만일 사법부가 유죄로 판결하면 선출직을 지지한 국민이 겪게 될 혼란과 이들이 갖게 될 사법부에 대한 불신, 사회 갈등 등으로 치르게 될 사회적 비용은 헤아려 보기도 어렵다.

4년 전인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는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만 돼도 공천 심사 때 정밀심사대상에 포함해 불이익을 주는 등 고강도 혁신안을 마련했다. 당시 혁신위원 중 한 명은 조 전 장관이었다. 이때 당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는 혁신위가 제안한 당규개정안을 가결하면서 “국민은 보수정당에 비해 진보정당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과 청렴성을 요구하는 숙명같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여당이 되고, 당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다시 국회의원 선거가 돌아왔다. 4년 전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하는 국민은 무엇이 됐나.

 
 
 
/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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