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자연의 바람(風)과 인간의 바람(望)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연의 바람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바람은 자연의 바람을 통하여 외부세계에 전달되기도 한다. 밀테토스 학파의 아낙시메네스(Anaximenes)는 공기(바람)를 만물의 가장 근원적 요소인 아르케(arkhe)로 보았다. 그는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호흡을 통해 살아가며, 공기가 영혼에까지 영향을 주어 생명이 존재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주역 8괘 중 하나인 손괘(巽卦)는 바람(☴)을 상징한다. 손괘는 아래의 음(陰)이 위의 두 양(陽)을 순조롭게 따르므로 만사에 공손하며 거스르는 일이 없다고 해석된다. 이로부터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 逆天者亡)’ 즉,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오래 존속하고 하늘에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 이처럼 바람은 움직임(動)을 본질로 한다. 바람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실어 나른다. 구름이 흘러가도록 하여 삶의 덧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도 바람의 힘이다. 구름을 모이게 하여 비를 내리도록 하거나 벼락을 치도록 하는 것 역시 바람의 작용이다.

한편 바람(望)과 관련하여, 기독교 신앙에선 믿음, 소망, 사랑의 신망애(信望愛)를 그 실천적 원리로 설명한다. 칼빈(John Calvin)의 ‘기독교 강요’에서 “소망은 하나님께서 진실하게 약속하였다고 믿는 일들에 대한 기대”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우리의 바람은 하늘이나 대자연을 향하여 간절한 기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각자(一氣)의 바람은 소우주에 초끈으로 연결되고, 그 울림과 진정성으로 인해 대우주인 하늘과 통하여(通天) 그 소망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을 ‘일기통천(一氣通天)’이라고 할 수 있다. 파울로 코엘로(Paulo Coelho)의 ‘연금술사’에서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라는 표현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론다 번(Rhonda Byrne)의 ‘시크릿’에서 말하는 누구나 우주를 향하여 원하는 것을 요구하면 그것이 자신에게 당겨져 온다는 ‘끌어당김의 법칙’과도 같은 맥락이다.

대자연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아울러 민심의 바람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정치 지형을 새롭게 형성한다. 우리는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4.15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이라는 중차대한 국가대사를 앞두고 있다. 공직선거 시즌만 되면 정치권은 민심의 바람이 자신의 진영에게 유리하게 불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민심즉천심(民心卽天心)인 그 바람은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고 바람직한 법치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준엄한 심판자이자 변화의 메신저가 될 것이다.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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