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이 불규칙한 정수기 설치수리기사들에게도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달 31일 정수기 설치 기사들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총 1억 7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 A씨 등은 정수기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 후 근무했다. A씨 등은 퇴직 이후 “주휴수당·연차휴가수당·휴일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용역위탁계약의 포괄임금계약에 이미 모든 법정수당이 포함돼 있다”며 “실제 근무시간을 산정할 수 없어 이에 맞춘 수당 지급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법정수당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하기에 포괄임금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또한 정수기 설치 수리기사 업무 특성상 근로가 공간적으로 제한되지 않은것일 뿐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원고의 실제 근무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산정해 1주 40시간, 한 달 174시간으로 인정했다.

업무 특성상 출퇴근시간 및 근무시간 자체보다는 업무 건수가 주된 고려요소인 점, 준비 및 이동시간 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점, 별도 토요 수당을 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주휴수당이 월급에 포함돼있으므로 별도로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회사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월급과 달리 업무실적에 따른 수당에는 통상적으로 주휴수당이 포함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소송을 맡은 이충윤 변호사는 "정수기 기사들처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성만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모두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이라며 "앞으로 회사들이 근로자들의 권리를 깨닫고 법을 준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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