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이 지났다. 필자는 2009년 9월 교수로 부임한 이래, 2012년 2월 법전원 제1기 졸업식부터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러나 올해는 졸업식이 없었다.

법전원 졸업식은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졸업식만큼 감동적이지는 않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를 불러주는 후배들도 없고,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학생도 없다. 그나마 과거 필자가 경험했던 사법연수원 수료식과 비교해 보면, 졸업생 모두가 원장으로부터 학위기를 직접 수여받고 교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순서를 가지는 등 주인공으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은 다소 있다. 그러나 졸업식을 졸업생과 그 가족들을 위한 축제로 즐기는 외국의 몇몇 대학교에 비교하면, 여전히 재미있는 행사는 아니다.

자고로 결혼식 주례사를 비롯해 각종 예식의 축사는 짧을수록 좋다. 그런데 졸업식에 법전원장 축사에 더해 내·외빈 두 분의 축사까지 3개를 연이어 듣는다는 것은 고역이다. 그것보다는 졸업생 스스로 또는 그들을 떠나보내는 교수나 후배가 기억에 남을 만한 순서를 마련하는 것이 뜻깊다. 필자는 학생부원장으로서 제7기의 졸업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축사 수를 줄이고, 졸업생 대표에게 연설을 부탁했다. 그리고 미국 모 음악대학교 출신의 우리 법전원 재학생이 스스로 작곡·작사한 노래를 졸업생을 위하여 부르는 무대를 마련했다. 그 다음 해인 제8기 졸업식에선 정년을 맞아 졸업생과 함께 학교를 떠나시는 교수님께서 가곡을 불러주셨다. 재학생의 환송 퍼포먼스도 있었다. 역시 변화는 처음에는 어렵지만 스스로 진화해 간다.

이번 제9기 졸업식에는 세 분의 교수님께서 축가를 중창으로 불러주시겠다고 했다. 엉겁결에 필자가 작년에 이어서 또 반주를 맡기로 했고, 각자가 연습한 후 맞춰보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2월 21일 예정됐던 졸업식이 취소됐다. 필자로서는 실수할까봐 떨면서 반주해야 하는 부담은 덜었지만,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종강하면서 변호사시험을 앞둔 제자들에게,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졸업식에서 만나자고 인사했는데, 마지막 만남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으니…. 졸업생들은 오죽할까? 사회에 직업인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원우들과 가족들 앞에서 사진 찍고 떠들고 웃을 기회를, 그리고 학사모를 하늘 높이 던져볼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으니 말이다.

이른바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한 행사로만 여겼던 졸업식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됐다. 있을 때에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막상 없고 보니 서운하다. 졸업식 없이 법전원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졸업을 축하하는 박수를 보낸다.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