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제대회의 서막인 하세배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하여 우승한 박정환 9단(만27세)이 제24회 LG배 조선일보 세계기왕전(이하 ‘엘지배’)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엘지배의 총 상금 규모는 13억원(우승은 3억 원, 준우승은 1억 원)인데, 제한 시간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40초 5회의 정통 메이저 국제기전이다.

상대는 한국의 신진서 9단(만 19세)이다. 지난 3년간 중국 선수들이 엘지배를 제패해왔던 터라, 한국 기사들의 결승 진출은 큰 의미를 가진다.

신진서가 국내랭킹 1위이고, 박정환이 국내랭킹 2위이다. 그런데 그동안 신진서는 미니 세계대회에서는 우승한 적이 있었으나, 메이저 세계기전에서는 우승한 적이 없었다. 국제기전에서는 오히려 박정환이 한국바둑의 체면을 세워 왔다.

맞전적도 박정환이 4승 15패로 상대적으로 신진서보다 우위에 있었다. 더구나 신진서는 2018년 9월 크라운해태배 결승 3국 패배 이후부터 박정환에게 9연패를 당하여 왔다.

다만 신진서는 2019년 12월부터 18연승이라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지난 2월 10일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양 기사는 초반부터 종국까지 수읽기의 진수를 보여준 치열한 싸움 바둑으로 흥미를 돋우었다. 1국 초반에는 신진서 기사가 리드했는데, 박정환 기사가 역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박정환 기사가 막판 초읽기에 몰리며 패착이 나오면서 신진서 9단이 236수 만에 백 불계로 박정환 9단을 꺾는 재역전에 성공했다.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에게 당하여 온 9연패의 늪도 비로소 탈출하게 됐다.

하루를 쉬고 2월 12일 경기도 광명시 라까사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결승 3번기 제2국에서도 기세가 오른 신진서 9단이 161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면서 사상 첫 메이저 국제대회 정상에 등극했다.

신진서 9단의 개인 통산 12번째 우승이지만 그간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이 없어 ‘국내용’으로 의심받던터라, 국내 자신의 일인자 시대를 확실하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국제기전에서도 명실상부한 한국의 간판 기사로 뜨는 순간이었다.

과거 2011년 7회 엘지배(당시 ‘올레배’) 결승에서도 ‘양이’라고 불리던 한국 기사들끼리 우승을 다툰 적이 있다. 세계 기전을 제패하고 있던 실리형의 이창호 9단과 그 벽을 넘지 못하던 전투형의 이세돌 9단이 격돌한 양이 결승전이다. 이창호 9단은 엘지배 절대강자라고 할 정도로 엘지배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했고, 1국에서도 승리했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3연승하여 3:1로 엘지배 우승을 하면서 비로소 확고하게 국내 일인자의 자리를 굳혔다. 또한 개성파 천재 이세돌 시대를 국제적으로도 알리는 세대 교체를 한 바 있다.

2020년 우리나라 바둑계의 거듭된 희소식으로 여러분도 기분전환 하면서 코로나19의 거센 파고를 넘길 바란다.

 

/이정일 변호사

대성국제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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