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 4월이면 많은 분들이 오랜 교육과정을 마치고 새출발을 하게 된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법원이나 검찰에서 일하는 분, 변호사로서 여러 위치에서 새출발을 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혼자 독립해 일을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독립적으로 일하시는 분들 말고 어느 곳이든 조직에 속하여 일하게 되신 분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본다. 법률가라는 직업을 갖고 30여 년 이상을 지내온 과정을 돌이켜보며 생각해보는 점이다.

어디에 가든 처음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맞는 말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옳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왜 그런 것일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추상적인 내용 말고, 구체적으로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새로운 사회에 들어온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가 초반에 이뤄진다. 평가는 그 뒤로 바뀔 수도 있으나 바뀌려면 그에 합당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즉, 바뀔 수는 있으나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초반에 형성된 평가가 이후 그 사람의 행로에 큰 영향을 준다. 초년생 시절이 지나면, 공식적인 것이든 비공식적인 것이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때 그 사람에게 어떤 기회를 부여할 것인가가 초반 평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속된 말로 ‘금수저’여서 본인 능력 이상으로 기회를 갖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금수저’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 이상의 기회를 가질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핵심적인 가치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한편, 어느 분야든 초년생 시절에 충실히 배워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초년생 시절에 착실히 몸에 익혀두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배우는 데 훨씬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대략 고년차 주니어 변호사가 되면 그 사람에게 기대되는 바가 있다. 그러한 기대를 받는 사람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일과 생산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초년생 시절을 충실하게 보내지 않은 사람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게 된다.

사람에 따라 사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좀 늦더라도, 그 늦은 시점에서라도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말은 격언으로선 가치가 있지만, 직업의 세계에선 그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해당 연차의 사람에게 기대되는 수준과 생산성을 입증해내지 못하면 금세 뒤쳐지게 되고 따라잡기가 매우 힘들게 된다. 한 번 어느 분야에 발을 담갔다가 분야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이 배타적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생산성을 보이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서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초년생 시절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이상 설명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열심히 해야 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하는가? 정답이 있기 어려운 문제이고, 본인도 이젠 꽤 나이가 든 사람이므로 요즘 젊은 분들과는 달리 사고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어떻게 해야한다기보다는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라는 내용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나라면 처음 약 2년 정도는 다른 것에 가치를 두지 않고 배운다는 자세로 주어진 일에 전력을 기울일 것 같다. 내 권리를 앞세우기보다는 선배들이 해놓은 일을 점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내 힘을 아끼지 않을 것 같다.

적어놓고 나니 새삼 본인도 이제는 속된 말로 ‘꼰대’가 다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각자의 길은 각자 정하여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점은 적을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이다. 그저, 오래 전에 초년생 시절을 보내고 그 뒤 이 세계에 오래 몸담아온 어떤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임채웅 변호사

서울회, 법무법인(유)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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