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변협신문 편집인이기도 했던 내가, 요즘 대한변협신문을 포함한 일체의 신문을 잘 안 읽는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내가 설날 연휴가 시작하는 마지막 평일, 책상에 놓인 법률신문과 대한변협신문 등 온갖 간행물을 제목만 살피고 휴지통으로 보내는 중, 대한변협신문 회원 투고 광고를 본다. “변호사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회문제부터 따뜻한 일상생활까지” 투고하란다. 갑자기 가장 뜬금없는 주제로 투고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회 문제도 아니고, 따뜻한 일상도 아닌, 대한변호사협회에 도서관을 만들자는 제안말이다.

요즘 좋은 도서관이 참 많다. 어머니가 계신 본가, 동대문구 전농동에 2주에 한 번씩은 가는데 거기 배봉산 자락에 배봉산 숲 속 도서관이 있다. 일요일도 문을 연다. 핸드폰 앱만 대면 바로 2주간 책도 대출이 된다. 다양한 책들이 비축되어 있다. 값싸게 커피도 팔고, 책 읽다가 지루해서 나가면 바로 산책로로 연결된다. 훌륭한 대한민국이다. 도서관이 넘치는 그런 대한민국에 뜬금없는 대한변협도서관?! 말의 요지가 뭔지 궁금할 것이다. 요즘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이 책을 안 산단다. 교과서 읽을 시간도 없단다. 과연 변호사들은 책을 잘 읽을까? 먹고 살기 힘든데, 책에 눈을 돌릴 것 같지 않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그래도 폼 좀 나는 도서관(서울지방변호사회관 2층)이 있고, 도와주는 훌륭한 사서도 있고, 자료도 많다. 그런데 시간 많은 선배 변호사님들 이외에 청년변호사들의 사용률이 높지 않다. 왜? 열심히 법리, 판례연구 한다고 사건수임이 되는 법률시장이 아니라, 많이 돌아다니면서 안면을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고달픈 영업사원과 같은 변호사 영업 현실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법조인을, 변호사를, 많이 배운 사람, 지적인 사람으로 사회는 바라보는데, 그런 인간들이 3만 명이나 모인 집단인데, 그런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에 멋진 도서관은 하나쯤 있어야 체면치레는 하지 않을까해서다. 이 생각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내가 변협 공보이사 겸 대한변협신문 편집인(2013~2014)을 하면서 가진 도발적인 문제의식이다. 미국에 가 봐도, 영국에 가 봐도 변호사협회에 가면 제일 부러운 것이 멋진 도서관이다. 미드, 왕좌의 게임에도 왕좌를 두고 싸우기만 하는 그들도 한편에서는 멋진 도서관을 두고 있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녹록지 않아 서울지방변호사회 도서관을 어떻게 대한변협도서관으로 둔갑시켜볼까, 사이버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 연구하면서 서울회 도서관을 자주 찾다가 그 당시 서울회장님과 눈이 맞아 서울지방변호사회 도서관장의 감투를 썼고, 2년 하고, 지금 2년 연장되어, 4년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하는 일은 별로 없고, 경쟁자도 없어 연임이 되는 자리지만,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자리다.

신문도 잘 읽지 않을 정도로 현실감이 떨어졌고, 대한변협회장이 왜 이 시국에 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않느냐고 논쟁하고, 나라가 둘로, 셋으로 갈라져 마치 해방이후의 좌우대립의 시대와 비슷한 이념의 시대를 다시 맞아, 변호사들이여 우리를 상징하는 멋진 도서관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욕 먹을 이야기는 분명하다.

하지만 우린 정치인이 아니라 법조인이니, 이 사람, 저 사람 대리하고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이니, 조금은 한발 물러나서 세상을 관조할 자유 혹은 책임이 있다고 나는 본다. 그래서 별의별 정당을 만드는 정치의 계절에 ‘도서당’을 만들자고 할 바보는 아니지만, 시시콜콜한 일상도 회원들에게 투고하라는 대한변협신문 투고 광고를 보고, 도서관을 만들자고 제안을 해본다. 이념의 시대, 정치의 시대에 멋진, 고색창연한 도서관에 앉아 판례를 연구하고, 정의를 논하고, 무엇이 사법정의인지 논하는 변호사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형연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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