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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판결문 방문 열람 시스템 체험기
김철 변호사  |  fek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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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호] 승인 2020.03.23  09: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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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서관 361-1호실에는 ‘법원도서관 판결정보 특별열람실’이 있다. 몇몇 언론기사에도 소개된 곳이다. 대법원 산하기관인 법원도서관은 본래 대법원 건물에 있었다. 그러다가 일산 사법연수원에 여유공간이 생기자 그곳으로 이전하면서 특별열람실 등 일부 기능은 남겨두었다. 일부 기사에선 대법원 특별열람실이라 이름 붙이지만 정확한 명칭은 ‘법원도서관 판결정보 특별열람실’이다. 안타깝게도 이곳 말고는 법원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이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시설은 없다. 제주도에 있는 사람도 보고 싶으면 서울까지 올라와야 한다. 2GB 영화 1편을 다운로드 받는 데 1초가 걸린다는 5G 시대지만, 200KB짜리 판결문 1장 열람하려면 5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특별열람실 이용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대법원 사이트에 예약신청하여 이용한다. 그게 아니라면 당일 예약없이 열람실에 간다. 예약은 이용일 기준 2주 전에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월 30일을 예약하려면, 1월 16일에 신청해야 한다. 예약시스템은 정확히 0:00에 열리는데 제때 신청하지 않으면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하지 못할 수 있다. 필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시계기능을 활용하여 시간을 체크하다가 0:00:00가 되면 신청버튼을 누른다. 수강신청 하듯 대기해야 겨우 예약에 성공할 수 있다. 이 시간을 놓치면 예약하기 어렵다. 이쯤되면 둘 중 하나다. 이용하지 못하거나, 이용하지 말거나. 원하는 날짜에 직접 특별열람실에 가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가더라도 ‘예약자 우선 원칙’으로 예약자가 없거나 예약자가 자리를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몇 번 예약없이 가보기도 했지만 대기자가 많은 날에는 발길을 돌렸다.

특별열람실에는 총 4대의 컴퓨터가 있다. 법원 인트라넷 중 종합법률정보와 판결문 검색시스템만 이용 가능하다. 언론에 보도되는 ‘코트넷’은 접근할 수 없다. 모니터는 일반 크기로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판결문 읽는데 별다른 지장은 없다. 1시간 30분 단위로 하루에 총 5번 이용자를 받고 있다. 평일 9:00, 10:30, 13:00, 14:30, 16:00. 이렇게 5회다. 자리에 앉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외부유출금지 등 서약 버튼을 누르면 판결문 검색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다. 판결문 검색시스템은 1990년대 이후 민사, 형사, 행정, 회생사건의 판결문, 결정문을 볼 수 있다. 가사사건은 검색기능이 없다. 판결서체(법원의 판결 등에서 쓰는 서체) 도입 전후 판결문의 변화도 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전 판결문은 원문이 아닌 스캔본으로 검색 시스템에 올린 경우도 많다.

인터넷 검색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1시간 30분은 짧은 시간이다. 10장을 넘기지 않는 판결문도 있지만 긴 판결문도 있고, 찾으려는 판결이 많다면 1시간 30분은 알뜰히 써야 한다. 복잡한 형사판결은 100쪽이 넘어 1시간 30분에 정독하기는 불가능하다. 속독도 마냥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옆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판결문 리스트를 적어와 검색한다. 필자도 사전에 찾아볼 사건을 찾아온다.

특별열람실에서는 열람인에게 색깔입힌 종이를 준다. 노란색, 연두색, 하늘색, 핑크색 종이다. 상단에는 ‘법원명과 사건번호 외 메모 불가, 개인정보 유출 시 퇴실 조치 및 향후 열람 불가’라 기재되어 있다. 이 종이에는 오직 법원명과 사건번호 그리고 (종이에는 없지만) 선고일 정도만 적을 수 있다. 사건 당사자 등 이름은 기재불가다. 복사(Crtl+C), 붙여넣기(Crtl+V) 기능도 허용되지 않아 주요 키워드를 검색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찾기(Crtl+F)는 누를 수 있는데 간혹 한글이 아닌 영어가 입력되어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검색하다가 옆 자리를 보면 주이용자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변호사 등 법률실무가는 많지 않아 보였다. 바쁜데 시간 쪼개 오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기자가 최소 절반 이상 돼 보이는 듯 했다. 열람실에서 주는 색깔 입힌 종이에 가득 사건번호를 적어온다. 그 종이를 자신이 가져온 노트북에 열심히 옮겨놓는다. 속칭 1진이나 2진은 찾기 어렵고 말진급이 많다. 확실히 얼굴은 앳돼 보인다. 법조기자에게 판결문 검색은 법정 워딩 받아치기보다는 쉽지만 그래도 궂은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법조기자뿐만 아니라 일반 기자(연예기자 포함)도 많이 온다. 기자 얼굴이나 이름을 모르니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기자다. 실제로 언론기사에서 ‘단독’ 딱지를 달고 나오는 판결 관련 기사는 상당수 특별열람실에서 나온 것이다. 대법원 공보관, 각급 법원 공보판사나 사건당사자가 주지 않는 한 기자가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공보판사가 주는 판결문에는 사건당사자 인적사항을 가려 놓았으나, 특별열람실에서는 모두 볼 수 있다.

이 글을 보신 분들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판결문 열람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시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철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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