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부터 부처 간 합의까지 무시한 개정안 계류에 우려
“법적 공백 막기 위한 헌법불합치 결정 … 세무사에게는 개정 전 규정 적용 가능”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 13일 “세무사 기득권 보호로 점철된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을 전면 철회, 폐기하고 대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번 세무사법이 통과되면 다시 위헌소송 등 무익한 소송만 반복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지난 4일 ‘세무사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유보하고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시켰다. 법무부(장관 추미애)와 대법원(대법원장 김명수) 등에서 반대 의견을 내고 부처 간 의견 대립이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미래통합당, 경남 사천/남해/하동)은 “헌재 결정 후 만든 정부안이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바뀌어 법사위로 오면서 법률 해석의 최고 권능을 가지고 있는 대법원, 그리고 법무부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면서 “대법원이나 법무부 의견을 무시하고 함부로 결론지을 수는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당초 실무교육을 이수하면 변호사에게도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가능토록 하는 정부안이 마련됐으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일부 업무를 제외토록 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관계기관이 깊은 논의를 통해 마련한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변경된 상황이다.

박노수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법사위에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못 하게 하면 세무대리 업무의 본질적인 부분을 금지하는 것”이라면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변협 역시 같은 입장이다. 다시 한 번 위헌소송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법사위에서 “국회에 제출됐던 법무부와 기재부 간 합의안에 근거한 법안이 법사위에 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개정안은 한쪽 입장만 과도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는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현재 개정안을 입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무사시험 합격자들이 세무사로 등록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사라진 상태라 취업을 못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실무교육을 받고 있는 세무사시험 합격자는 700명이다.

변협은 ‘일반 세무사시험 합격자의 세무사등록’은 헌재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등록 제한’에만 국한해 세무사 등록 조항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게 세무사로서 업무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데 위헌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2009년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 규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개정 전 규정을 그대로 잠정 적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낸 바 있다.

당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도 법적 공백 상태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일반 세무사에 대한 세무사 등록에 관한 근거 규정이 사라지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위헌 결정을 해야 할 것이지만 일반 세무사에 대한 세무사 등록 근거 규정마저 사라지게 되는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등록도 대법원 판결(2018두49154)에 따라 가능해진 상황이다. 1월 30일 대법원은 헌재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등록 거부가 위법이라고 했다. 이에 법사위에서는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세무사 등록을 받고 있지 않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변협은 위헌 소지가 없고 부처 간 합의를 제대로 마친 세무사법 개정안이 입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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