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법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일시적인지 아니면 실무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미증유(未曾有)의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가리키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WHO가 “각자 해야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부연했지만, 코로나19사태가 현재진행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장 법조계 전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권장받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 간 접촉을 줄인다는 뜻이다. 대면 접촉시 거리를 두는 것 뿐만 아니라 휴교, 재택근무, 모임 취소 등의 개념이 포함된다.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경우가 많은 업무 특성상, 변호사를 비롯한 법률종사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직군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실제 법원은 휴정을 이어나가고 있고, 검찰 또한 사건관계자 소환을 최소로 하고 있다. 그에 연동되는 송무 분야에서 변호사의 업무 스케쥴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각종 대면 회의 감소를 대신하는 인터넷, SNS 회의 증가는 익숙함 대신 대체가능한 플랫폼의 선택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고의 IT 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기술적 문제로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는 변명처럼 들린다. 제도나 실무관행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기존 법령이나 규정은 대면을 기준으로 짜였다. 원격재판이나 화상증인신문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시행할 수 있다. 영상이나 SNS회의를 할 수 있는 시설, 장비는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나 회의는 만나서 해야 한다’는 한국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연기가 단순히 연기(延期)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다른 긴급상황에서도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사법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사법 전반에서 지켜져야 하는 신속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변화는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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