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에는 상실의 아픔과 회복을 향한 희망이 있다. 개인을 돌보지 않는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있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는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다. 그가 바라보는 가족은 단순히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간의 관계성에 더욱 주목한다. 핏줄의 인연보다 더 큰 사랑과 관심의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은 그가 영화를 만들면서 고민하고 말하고자 했던 생각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저자가 그의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핵심 주제는 ‘리얼리티’ ‘피해자와 가해자의 복합성’ 그리고 ‘회복과 치유’다. 방송사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리얼리티’에 대한 깊은 성찰적 태도를 보였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 그 자체는 아니다. 영화를 어떻게 현실감 있게 구성하고 연출하느냐가 감독에게 맡겨진 과제다.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는 더욱 그러하다. 그저 현실을 어떻게 똑같이 재현해내느냐가 아니라, 어떤 시선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현실의 재구성은 생각과 관점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그는 그런 생각으로 치열하게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 속 사건과 상황들은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선다.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중층적 구조 속에 모호하다. 법적으로 따진다면 가해의 경중에 따른 배분이 가능하겠지만, 그 결과 무엇을 교훈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더 숙고한다. “범죄란 범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고름이 그런 형태로 나타난 것이며, 이는 분명히 우리공동체와 관계가 있다(127쪽)”는 시점인 것이다. 법률로 벌을 받는 것과 사회가 그들과 그 상황을 언젠가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모순 없이 양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법조인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회복과 치유에 더욱 큰 관심을 쏟는다. 저자의 해결점은 가족과 마을에서 시작해서 국가로 귀결된다. 아이와 약자들의 눈으로 사회를 비평하고, 가족과 공동체의 노력으로 부조리를 품는다. 가족의 힘이 부족하다면 마을에서 감당해내고, 사회의 관용적 태도와 국가의 복지가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회복되고 치유 받는 대상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와 국가의 모든 구성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영화가 지닌 색다른 시선이다. 가족영화로 유명한 그가 향후 20년 더 찍고 싶은 영화는 법정물이라고 한다. 홈에서 사회로 지평을 넓힌 그의 영화에 어떤 색다른 시선이 더 담길지 기대가 크다.

코로나19로 심신이 고단한 요즘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로 힐링하고, 그의 책으로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영화를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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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인천광역시 홍보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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