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시즌이다. 제21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 코로나19가 모든 뉴스를 잠식하고 있지만, 정치 뉴스도 바삐 돌아가고 있다. 결심을 한 후보자들 중에 선배 법조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우리나라만의 특징일까. 유독 정치로 진출하는 법조인들이 많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법을 공부했고 법조인으로서 사회 발전과 인권 진보를 위해 수년간 치열하게 싸운 그들에게 여의도 진출은 어쩌면 같은 맥락이고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법을 이야기 하는 법조인의 업무와 법을 만들고 적용하는 정치인의 업무는 맞닿아 있다.

과거와 달리 정치는 점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발가벗겨질 각오를 하고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분들이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다른 발걸음으로 부디 이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길 진심으로 기대하며 응원한다.

동시에 동기와 후배 변호사로부터 안타까운 소식도 듣는다. 6개월 실무수습 기간을 악용해 매년 신입 변호사를 적은 월급으로 채용하고 정식 취업은 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 소위 ‘블랙’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차별과 비합리적인 행위들, 대표 변호사와 부당해고 및 미지급 임금을 이유로 다투고 있는 이야기. 법인에서 벌어지는 부적절한 가십까지. 물론 일방의 이야기만 듣고 내가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반복해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게 한다. 소규모로 법인을 운영하고, 폐쇄적이며 기수문화, 서열문화가 아직 존재하는 이 곳 중 일부가 법을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법이 준수되고 있지 않는 곳인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퇴근 후 술집에 모여 술잔을 기울인다. 모범적인 의정 활동으로 각종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여러 단체로부터 수상하는 의원들이 법조인 출신이라면 별다른 인연이 없음에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고군분투 하고 있는 그 분들의 노력에 감사하다. 2020년 제21대 총선. 각종 편법과 혼란이 가득해 정치혐오가 점점 더 심한 상황이지만 부디 몇몇 도전자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계속해서 생산돼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주한 변호사

서울회·서초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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