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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마음을 움직이는 변호사, 왕미양 사무총장을 만나다왕미양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인터뷰 정리 Ι 대한변협신문 강선민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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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호] 승인 2020.03.16  08: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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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사상 최초 여성 사무총장으로 취임하신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 소회가 궁금합니다.

이찬희 협회장님을 보좌하면서 변협 사무를 돌본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변협의 시계는 정말 빠르게 돌아갑니다. 제50대 집행부 임원분들과 발맞춰 전국 회원들의 권익을 돌아보고, 사무국 살림을 총괄하다 보니 눈 깜짝할 새에 임기의 반을 채웠습니다.

여성 변호사로서 처음으로 변협 사무총장직을 맡게 돼 세간의 이목도 집중되고 부담감이 컸지만, 그만큼 사명감도 컸습니다. 많은 여성과 청년 등 후배 변호사들이 직장 내 스트레스와 일가정 양립, 금전적 어려움 등을 겪으며 변호사 직무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를 볼 때마다 선배 변호사로서 앞장서서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변호사 대표단체인 변협의 사무총장으로서 일선 변호사들의 어려움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정책적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나름대로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습니다.

1년간 수많은 업무를 수행하셨을 텐데요, 그 중 기억에 남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변협에서 진행한 의미있고 가치있는 사업들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는 지난해 10월 천안축구센터에서 개최됐던 대한변호사협회장배 전국변호사 축구대회입니다. 당시 여성 변호사로서 축구에 큰 관심을 갖지 못했기에, 변협 사무총장을 맡은 후 의무감으로 다른 변협 여성 임원분들과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은 프로 수준으로 훌륭했고, 기대보다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멀리 제주 지방 변호사까지 전국 17개 팀이 참가한 축구대회는 전국 변호사들이 하나되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운동장 안 선수들이 손흥민처럼 최선을 다해 뛰고, 운동장 밖 변호사들은 자기 팀을 위해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변호사 업무를 침탈하려는 법조 유사직역단체의 수많은 시도들을 저지하기 위해선 우리 변호사들의 한 마음 한 뜻이 필요한데, 전국 수많은 변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땀 흘려 운동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국 변호사 축구대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변호사 축구대회가 남성 변호사들만의 대회가 아닌 여성 변호사들도 함께 참여해 단합하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됐습니다.

변호사로서 인권과 관련한 여러 사건을 맡으셨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과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2000년에 변호사로 개업할 당시엔 여성 변호사가 10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곳에서조차 여성들의 입지는 좁았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개업과 동시에 여성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개업 직후 서울종로구청 여성위원회 위원, 경기 성남 여성의전화 전문위원, 서울가정법원 국선보조인과 조정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공익 분야에서 여성 변호사로서 부드럽지만 파워풀한 전문성을 발휘하려 노력했습니다.

여성 그리고 가정과 관련해 △성매매 여성·탈북 여성 법률구조 △비행청소년들에 대한 상담과 변론 △‘남편강간’ 혐의로 최초 기소된 아내 무죄 변론 등 여러 사건들을 담당했습니다. 그간 맡았던 사건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 2건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변호사 활동 초기에 국선변호사로서 한 사건을 맡았습니다. 당시 20대 남성이었던 피고인은 고1때 자신이 양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방황하다가 가출하여 소년보호처분을 받는 등 비행을 일삼았습니다. 성인이 돼서도 고향 부모님과 연락을 끊고 유흥업소를 전전하다가 살인미수죄로 기소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피고인에게 수차례 접견을 가서 상담하며 최선을 다해 변론했지만, 피고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실형을 선고받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출소 이후에 저를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비록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피고인을 위해 열심히 변론했던 제 진심이 통했던 것입니다. 그는 출소 후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을 모시고 잘 생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모님 뜻에 따라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을 결심한 부부 사건을 맡았습니다. 부부는 6개월 된 자녀를 둔 상태에서 이혼을 합의했고,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혼절차 진행을 의뢰해 온 여성과 친정엄마를 설득해 아이를 직접 양육할 것을 설득했습니다. 또한 자녀를 보여주지도, 보지도 않겠다는 부부를 설득해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면접 교섭도 하도록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오랫동안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다보니 이혼 사건을 맡으면 법원으로 가기 전에 먼저 쌍방에게 상호 양보하고 협의하도록 권유해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곤 합니다. 비록 사건 수임부분에선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지만, 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먼저 노력하는 편이죠. 의뢰인에게 법률상담을 하고, 법정에서 변론하며 변호사로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우고 깨달은 것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노력과 열정으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변협 사무총장으로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무엇인가요?

변협 사무총장의 기본 책무는 협회장님이 뜻하는 목표가 원활히 달성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협회장님께서 추진하는 일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변협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협회장님의 주된 관심 분야 중 하나는 청년 변호사와 선배 변호사들 간 상호 교류 및 네트워크 활성화입니다. 변호사 3만 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변호사들 간에도 동료 또는 선후배라는 동질감보다는, 적자생존이라는 식으로 삭막해져 후배 변호사들은 더욱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변협이 적극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변호사는 선배 변호사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호소하고, 선배 변호사는 후배 변호사에게 법학전문대학원 교육만으론 배울 수 없었던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변호사들이 상호 신뢰를 쌓고 소통이 잘 된다면 변호사로서 자긍심도 갖게 되고 요즘 계속적으로 문제되는 법조 유사직역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8000여 명에 이르는 여성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변협에서 계속 관심을 갖고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변호사로 활동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남성 변호사에 비해 여성 변호사의 고용률은 부진하고, 여성 변호사들이 파트너가 아닌 보조자에 머무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여성 변호사들이 단순히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배 변호사로서 청년과 여성 변호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몇 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보에 실린 어느 유명한 선배 변호사님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돈에 관해 너무 초조해 하지마라. 변호사로 법률 사무를 통해 부자가 되려고 하지 말라. 변호사는 옛날로 치면 과거에 합격한, 사회에서 선택받은 자다. 그 선택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약자를 부축하고 그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하나 덧붙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직 변호사로서 자긍심을 갖자”는 것입니다.

왕미양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주요 약력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총무, 재무이사
전, 법제처 법령심사위원회 위원
전,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전, 국가인권위 인권단체협력사업심사위원

인터뷰 정리 / 대한변협신문 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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