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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법조계 사회적 거리두기 현실화상담인 감소로 울상, 재판·수사 등 연기로 기존 스케쥴 수정 불가피
신속한 사법시스템 이용할 권리 제약, 원격재판 확대화 필요성 증대
김철 변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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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호] 승인 2020.03.16  08: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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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법조계를 강타했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접해왔던 변호사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에 동참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사건 상담을 위해 사무실로 찾아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2월 휴정기로 사건 수임 수가 줄어든 개업변호사들에게 코로나19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내밀한 문제를 다루다 보니 대면상담을 해야 할 때가 많은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선뜻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오는 사람을 막을 수 없지만, 상담을 위해 사무실에 와달라고 선뜻 이야기를 꺼내기도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다.

A 변호사는 “반드시 대면상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메일이나 SNS 상담을 권장한다”면서 “의뢰인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요청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사무실은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상담하러 온 사람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변호사와 내방객 모두 마스크를 쓴 채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마스크를 끼면 대화가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서로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법원, 검찰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지난달 24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처장 조재연)는 전국 법원에 지난 6일까지 휴정을 권고했다. 실제 구속사건 등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아닌 한 지정된 재판기일이 연기됐다. 그 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자, 지난 3일에는 “지역별로 20일까지 휴정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재차 권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상당수 법원은 직권으로 20일까지 다가온 재판기일을 4월 이후로 연기했다. 직권으로 연기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기일 변경 신청을 하면 기일을 변경해주고 있다.

B 변호사는 “평소 같으면 상대방 동의가 있어야 기일 변경을 하는 재판부가, ‘코로나’ 세 글자만 써서 상대방 도장 없이 신청해도 무조건 해준다”고 최근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금융계좌 조회 등 대물적 강제처분은 평상시와 같이 하고 있지만, 소환 일정은 급한 경우가 아닌 한 연기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총장 윤석열)은 지난 5일 일선 검찰청에 “22일까지 소환조사를 최소화하라”는 취지로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사건관계자로 붐비던 검찰청사도 대검 지시 이후 오가는 사람들이 감소했다.

경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형사사건을 많이 수행하는 C 변호사는 “확실히 검찰청, 경찰서에 사람이 줄기는 줄었다”면서 “평소에는 무작정 부르기만 하던 수사기관도 피의자나 참고인 소환을 바로 안 하는 게 보인다”고 전했다.

청사 구내식당은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업무상 방문했다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변호사들도 외부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처지다.

코로나19에 접견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재소자, 교도관 확진자가 나온 이후 교정당국은 변호인 접견 자체는 허용하되, 접견시설을 기존 변호인접견실에서 일반접견실로 전환 중이다. 당분간은 변호사도 유리창으로 가로 막혀 있고 스피커로 대화하는 일반접견실에서 피의자, 피고인을 봐야 한다. 이전까지는 별다른 장애물 없이 피의자, 피고인과 서류를 보며 접견해 왔다.

최근 모 구치소를 다녀온 D 변호사는 “일반접견실을 보니 순간 당황스러웠다. 기록을 갖고 가서 피고인에게 보여주는데 제대로 진행됐는지 모르겠다”고 접견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각종 회의도 취소되거나 온라인 회의로 대체되는 추세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도 정기총회 등 행사와 각종 위원회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또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은 긴급한 현안 논의가 아니라면 회의 자체를 열지 않고 있다. 법제처(처장 김형연)는 지난 16일 ‘행정기본법 제정안 공청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하여 진행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법조계 일상이 달라졌지만, 신속한 사법시스템을 접근·이용할 권리가 제약받는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재판날짜를 순연시키고 있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일이 연기될수록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이 늘어나거나 형사피고인으로서 겪는 각종 직·간접적 손해가 증대된다.

형사소송법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피고인 출석을 의무로 한다. 재판이 조기에 종결돼야 생업에 전념할 수 있고, 재판이 지연되면 될수록 피고인의 신경은 법정에 더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판결선고가 있어야 강제집행 등 그 다음 단계 준비가 가능한데, 선고기일도 연기되기 때문에 강제집행에 착수할 수 있는 시기 또한 늦어지는 실정이다.

수사단계에서도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사건을 종결하려면 관계자 조사가 필요하지만, 대면접촉 자제를 이유로 소환이 늦어진다면 사건이 필요 이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거가 인멸되어 실체적 진실발견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규정이나 재판실무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대구고등법원 등에서 변론준비기일을 영상 또는 전화로 시도하는 중이다. 하지만 일반 변론기일을 화상으로 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은 시·군법원 사건 정도가 적용 대상이고 그마저도 이용되는 사건은 많지 않다. 화상 증인신문은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상 일정한 경우 가능하지만 실제 시행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영상재판이 가능한 재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관련 입법을 하거나 재판실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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