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게 수사하지 말라더니 정치인들은 툭하면 검찰에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내민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는 방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진행되던 와중에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여야 정치인들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이 하던 볼멘소리다.

정치 공세에 검찰 수사를 이용하는 모순적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일단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이라면 사회적 주목도가 높아지고 피의 사실을 이슈화하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검찰에선 ‘정치검찰’을 비난하지만 정작 정치 공방에 검찰 수사를 끌어들여 검찰을 ‘정치검찰화’하는 것은 정치권 자신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마저도 검찰 수사가 대우받던 시절의 이야기다. 얼마 전부터 세상이 바뀌었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현 정부와 여권으로부터 사라져야 할 ‘적폐’인 듯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줄이는 직제개편도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아예 수사는 경찰에게 맡기고 검찰은 기소만 담당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이 적극 수사하겠다고 나서면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돌아오기도 한다. 검찰이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 범죄에 엄정 대응을 강조하며 선거전담수사단을 꾸리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선관위의 수사 의뢰나 고발에 대해 수사하는 게 원칙인데 검사들이 뭔데 선거판에 뛰어드냐. 검찰이 너무 정치화됐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가 ‘선거개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상당수 검사들이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불법 선거를 수사하면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는 시대가 왔다면서 말이다. 검찰이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를 결정할 때 예전보다 훨씬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왜 검찰이 신천지 수사에 신속하게 나서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여권 정치인들의 주장이 의아하게 느껴지는 것은 검찰 수사에 대한 급작스러운 태세전환 때문이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에는 전력을 쏟은 검찰이 신천지 수사엔 미온적이라며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단서를 잡았다는 모양새다. 굉장히 낯익은 장면들이 뒤를 잇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면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급기야 조국 전 장관이 SNS로 주장에 가세했다. 이쯤에선 검찰 수사가 중요한 게 아니란 걸 누구나 눈치채게 된다. 예전엔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펼쳐졌던 구도가 다만 지금은 전 국민의 생명이 달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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