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바둑의 스타트가 엄청나다. 2020년 1월 22일 중국 쓰촨성 성두에서 열린 ‘2020 CCTV 한중일 바둑 쟁탈전 하세배’에서 대표로 참가한 박정환 9단이 우승하였다. 하세배는 특히 2020년 국제대회의 서막인 기전이라 기쁨이 배가 되었다.

하세배는 중국 대표명절 춘절을 앞두고, 한중일 3국 대표 1명씩이 참가하여 역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국제기전으로서 2014년 창설되었다.

제한 시간은 1수당 30초 초읽기의 초속기이고, 고려시간(생각시간) 1분 10회이다. 참가 선수가 3명에 불과한 미니 기전이기는 하지만, 준우승자도 상금 40만 위안(약 6600만 원), 꼴찌인 3위도 참가상만으로 20만 위안(3300만 원)을 받는 짭짤한 기전이다.

금년 대회에는 작년에 참가한 3명의 선수들이 그대로 모였다. 추첨을 통하여 3명 중 2명이 1회전을 가지고, 1회전 승자(박정환)가 결승전으로 바로 진출한다. 이어 1회전 패자(커제 9단)는 남은 선수(시바노 도라마루 9단)와 2회전에서 겨루고, 2회전 승자(커제)가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1월 20일 1회전에서 박정환 선수가 백 1집반승으로 커제를 이겨서 결승에 선착하였다. 1회전의 패자 커제가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을 196수 백 불계로 이기고 리턴매치를 성사시켰다. 시바노 도라마루 9단도 일본 바둑계 사상 최연소 7대 기전 타이틀 홀더로서, 일본 최초로 10대(19세 11개월)에 명인에 초고속으로 오르면서 동시에 최연소 타이틀 쟁취 기록을 세운 일본의 1인자다. 시바노 도라마루 선수는 장시간 대국 시에 소리를 안 내고 움직임이 없기로 유명한데, 2018년 중일용성전에서는 커제 9단을 꺾으면서 우승하였다.

결승전 초반 치열한 접근전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자존심 대결에서 백번의 커제가 우변 흑진을 파고 들어 여유있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박정환 선수가 송곳 반격으로 커제의 대마를 잡으면서 만회하게 되었고, 커제는 좌변과 하변으로 옮겨 다니면서 판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박정환 선수가 하변 1선의 기가 막히는 묘수를 두는 등의 무결점 방어로 수성하여 227수만에 박정환 선수가 불계승하였다.

박정환 선수는 우승상금으로 80만 위안(약 1억 3300만 원)을 수상하는 경제적 수확 이외에도 최초로 3년 연속 하세배에서 우승하는 위업도 달성하였다. 세계 1인자라는 커제를 상대로 3년 연속 하세배 결승에서 승리하고, 이번 대회에서 2판 연속 승리한 덕에 상대 전적에서도 13승 11패로 앞서게 되었다.

요즘 코로나19 여파로 외부활동이 여의치 아니한 시기이다. 이참에 바둑 프로그램을 보거나, 온라인 바둑 등으로 실내 취미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이정일 변호사

대성국제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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